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사의를 표했다. 이에 따라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함께 임기 1년도 채 안 된 금융당국 수장 2명이 모두 정부 출범과 함께 교체 수순을 밟게 됐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금감원장은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정부의 경제팀 진용이 얼추 갖춰지면서 교체로 가닥이 잡혔다. 금감원 내부에선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정 원장은 당초 대외 악재에 휘청이는 국내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유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사의 표명 1시간 전에 사표를 낸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정 원장은 사표 수리와 후임 인선 때까지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 원장은 먼지털이식이라는 지적을 받은 금감원 종합검사를 없애고 정기검사를 도입하는 등 친시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우리은행 직원의 614억원 횡령 사건으로 금감원 검사 체계에 허점이 드러난 데 따른 ‘징계성 경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 원장은 고 위원장과 행정고시 28회 동기 사이로, 지난해 8월 나란히 취임했다. 이전과 달리 금융당국 두 수장이 서로 마찰을 빚지 않고 가계부채 관리 정책 등에서 손발을 맞춰왔다.
후임 금감원장 후보로는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협력부회장 등이 오르내린다. 법조인이나 대선 캠프 출신 등 외부에서 제3의 카드가 깜짝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위원장에는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내정된 상태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