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이던 친손녀를 약 4년에 걸쳐 성폭행하고 이 과정을 촬영해 소지한 70대 조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보호시설에서 지내던 손녀를 보호자 외출 명목으로 데리고 나와 위력으로 성폭행을 저질러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문광섭)는 12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74)의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또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간 및 장애인 복지시설 등에 취업제한과 2년간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A씨는 2013년 2월부터 약 5년 동안 미성년자인 친손녀를 6회에 걸쳐 성폭행하고 이 과정을 휴대전화로 46회가량 촬영,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친할아버지로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위치에 있었지만, 오히려 나이가 어리고 성적 자기 결정권을 온전하게 행사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상황을 이용해 성적 욕구 해소 도구로 삼는 패륜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A씨 요구에 쉽사리 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상황을 이용했다”며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피해자는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친족이었던 피고인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홀로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해자는 A씨가 자신의 친할아버지가 맞는가, 임신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며 크나큰 고통과 충격 속에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며 “건전한 성적 가치관 성립과 인격 형성 발전에 미친 악영향 정도를 헤아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까지도 피해자는 피해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징역 17년을 선고한 1심 판결 이후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취지로, 검찰은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당시 A씨 측 변호인은 “검찰 측 말처럼 패륜적 범죄”라면서 “무슨 변명을 하겠나. 얘기를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A씨가 불우하게 자라온 75세의 고령이고 여러 질병을 앓고 있어 장기간 수감이 힘든 상황을 고려해 달라”며 “피해자를 위해 기도하며 살 수 있게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눈물을 흘리며 “죽을죄를 지었다”면서 “피해를 본 우리 아이가 하루라도 빨리 악몽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회인이 되길 기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