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관련 표현을 기존 ‘위협’에서 ‘도발’로 바꾸기로 했다. 북한 탄도미사일에 붙였던 ‘발사체’ 용어는 폐기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이전 정권에서 북한의 눈치를 과도하게 봐왔다는 비판이 일면서 이종섭 장관이 강경한 어조로 대북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취임한 이 장관의 지시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용어를 이같이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군 당국은 그동안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도발보다 완화된 표현인 ‘위협’이라 규정했고, 북측 탄도미사일을 초기 탐지했을 때 ‘미상 발사체’라는 표현을 써왔다. 앞으로는 ‘미상 탄도미사일’과 같은 메시지가 우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비록 우리 국민·영토에 직접적 위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전략적 도발’로 봐야 한다는 게 새 정부 군 당국의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전술적 도발은 우리 군인과 영역에 직접적으로 위해가 되기 때문에 우리 군의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이라며 “전략적 도발은 당장 우리에게 어떤 위해는 가하지 않지만 미래에 어떤 치명적인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억제 측면에서의 대응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북측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겨냥해 “중대한 도발 행위”라고 규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발 대신 위협이란 표현을 앞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유화적 대북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장관의 전임자인 서욱 전 장관은 수차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측의 탄도미사일이 남한에 날아오지 않는 한 도발이라 볼 수 없다”는 논리를 폈고, 보수 진영의 반발을 샀다.
이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도발을 폭넓게 규정했다. 그는 답변서에서 “도발은 ‘대한민국 국민 또는 영역에 위해를 가하는 모든 행위’로 정의되며, 일반적으로는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포괄적으로 정의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도발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근거로 미국 의회 조사국(CRS)의 북한 관련 보고서를 지목했다. 서면 답변서에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입장과 같이 도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 담겼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