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vs 여기어때’ 정보 빼가기 다툼…法 판단은?

입력 2022-05-12 11:39
야놀자, 여기어때 페이스북 캡처

숙박업체 정보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앱) ‘야놀자’의 제휴 숙박업소 목록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기어때’ 창업자 심명섭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2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 전 대표 및 여기어때 직원들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심 전 대표와 직원들은 2016년 1~10월 크롤링(검색엔진 로봇을 이용한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보를 호출하는 명령구문을 서버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경쟁회사인 야놀자가 운영하는 서버에 접근해 숙박업소 목록 등 정보를 복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심 전 대표 등은 야놀자의 모바일앱용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서버에 1594만회 이상 침입해 야놀자의 제휴숙박 업소명이나 주소 및 할인금액 등 정보를 264회 무단복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의 쟁점은 심 전 대표 등이 야놀자의 서버에 접속한 것이 정보통신망 침입인지 여부와 야놀자의 숙박업소 목록 등 데이터베이스를 복제한 것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였다.

우선 1심은 심 전 대표 등의 행위가 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심 전 대표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직원들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야놀자와의 경쟁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당 기간 크롤링 프로그램을 이용해 서버에 침입, 숙박업소에 관한 정보를 복제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의 결론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크롤링으로 가져간 정보 대부분은 이미 이용자에게 공개된 정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야놀자 측의 크라우드 서버 IP 주소 차단이 피고인들을 특정해 일률 금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크롤링과 앱에서 제공하지 않은 명령어를 확장해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이 접근권한이 없거나 정보통신망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저작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여기어때 측이 복제한 숙박업소 정보는 공개될 수 밖에 없는 성질의 정보”라며 “제작자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볼 정도로 질적·양적으로 상당 부분이 복제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5회에 걸쳐 야놀자 서버 접속을 중단시켰다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 또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측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지만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일반 이용자들은 야놀자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고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유롭게 이 사건 서버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접근을 막는 별도 보호조치가 서버에 없었던 점 등을 보면 심 전 대표 등의 접근이 정보통신망 침입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저작권법 위반과 관련해서도 “심 전 대표 등이 수집한 정보들은 이미 상당히 알려진 정보로서 수집에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이 복제됐다거나 통상적 이용과 충돌했거나 피해자 회사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부분에 대해선 “심 전 대표 등이 입력한 숙박업소 관련 정보의 검색 명령구문들이 이 사건 서버의 본래 목적과 상이한 부정 명령이라 보기 어렵다”며 “크롤링 프로그램 사용으로 인해 서버에 장애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