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를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하고 이를 목격한 할아버지를 죽이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형제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진성철)는 12일 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구속 기소된 A군(19)의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형의 범행을 도운 혐의(존속살해 방조)로 기소된 동생 B군(17)에 대한 검사의 항소도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자백한 점, 범행 당시 고등학생인 점 등을 종합하면 1심에서 선고한 형은 적절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A군에게 징역 장기 12년에 단기 7년을, 동생 B군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항소심 공판에서 A군에게 무기징역형을, B군에게는 징역 장기 12년·단기 6년을 구형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국가사회가 보호해야 할 최상의 가치인 생명을 침해한 범죄로 범행 내용이나 결과의 중대성으로 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불우한 성장 환경과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보면 타고난 반사회성이나 악성이 발현됐다고 판단되진 않으며 교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소년법이 적용되는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고 조기 출소가 가능하다. 다만 A군의 경우 범행 당시 만 18세가 넘어 사형이나 무기징역 선고가 가능해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군은 지난해 8월 30일 대구 서구 자신의 집에서 친할머니가 잔소리하고 꾸짖자 격분해 흉기로 약 60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현장에 있던 할아버지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B군은 할머니 비명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닫고 현관문 입구를 막는 등 존속살해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았다.
A군은 범행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범행 수법을 검색하기도 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그는 할머니가 꾸중하고 잔소리하는 것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형제는 2012년부터 신체장애가 있는 조부모와 함께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