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청남대 박근혜 동상 설치”…시민단체 발끈

입력 2022-05-12 11:15 수정 2022-05-12 14:48

이시종 충북지사가 최근 대통령 옛 별장인 청남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설치하겠다고”고 말해 지역 시민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충북 5·18민중항쟁 42주년 행사위원회는 12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상을 청남대에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충북도는 조례를 제정하고 기준 원칙을 세우기 전에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한다”며 “청남대에 추가적으로 동상을 세우려 한다면 어떠한 행동도 감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역사를 거스르는 동상은 더 이상 필요 없다”며 “더 이상 대통령의 구리 동상을 세우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발언은 지난 4월 청남대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 개관식 축사에서 나왔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는 역대 대통령 중 미처 건립하지 못한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의 동상과 기록화도 제작 건립할 계획”이라며 “청남대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성지로 국민통합과 융합의 산실로 나라사랑 국민교육의 전당으로 확실하게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는 “대통령 동상 추가 건립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이 전혀 없다”며 “향후 동상 제작과 관련해서는 많은 의견을 수렴하는 등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도는 2015년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10명의 동상을 세웠다. 임시정부기념관 광장에도 백범 김구 등 행정수반 8인의 동상이 세워졌다. 행정수반 동상 주변에는 참배와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공간이 마련됐다.

청남대는 옛 대통령 별장으로 제5공화국 시절인 1983년 건설돼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일반에 개방됐고 관리권도 충북도로 넘어왔다. 도는 청남대에 역대 대통령 동상, 유품, 사진, 역사 기록화 등을 전시하고 있다.

앞서 지역사회에서는 2년 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철거 문제를 두고도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결국 논란은 두 전직 대통령이 저지른 사법적 과오를 적시한 안내판을 동상 주변에 세운 뒤에야 일단락됐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