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로인사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에 대해 “형편없다”며 “상상을 못 할 정도로 못한다”고 혹평했다.
유 전 총장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당선 이후부터 인수위원회를 거쳐 취임한 하루까지 점수를 매겨 달라’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유 전 총장은 “덕담을 해주고 싶어도 그동안 해온 게 하도 형편이 없다”며 “집무실을 옮기는 것부터 관저를 정하는 것, 내각 인사까지 다 못했다”며 “전반적으로 도대체 왜 저러지 싶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과정이 상식 밖이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총장은 “문재인정부 초기 광화문 이전을 준비했던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보지도 않고 용산에 꽂혔더라”며 “국방부를 며칠 내로 비워라 이게 어떻게 공정과 상식이냐”고 반문했다.
또 “용산으로 간 것을 누가 뭐라고 하느냐”며 “광화문으로 못 가는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가령 이르면 광복절쯤, 늦으면 연말까지 차근차근 옮기면 됐다”며 “국방부에는 합동참모본부까지 같이 있는데 그걸 옮기는 걸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할 일은 아니었다”고 거듭 비판했다.
유 전 총장은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뭐에 씌었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은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 민주당과 정국을 잘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노태우 정부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여소야대 정국에서 남북기본합의서 등 거의 중요한 정책들이 만장일치로 처리가 됐다”며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인 모습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시작점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낮고, 여기에 민주당이 안주하는 등 여야가 ‘못하기 경쟁’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유 전 총장은 “윤 대통령의 인기가 70~80%에 육박했다면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겠나. 이재명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누가 봐도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라며 “어느 한쪽의 지지도가 높았다면 민주당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지 않기 위해 바짝 긴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쪽(윤 대통령, 국민의힘)도 못하고 있으니 서로 지금 못하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