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비서실에 검찰 출신 인사 6명이 들어간 것을 두고 “입이 딱 벌어졌다”면서 “폐쇄된 곳에 정보와 권력이 집중하면 썩기 마련이고 얼마 안 가서 동티가 난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12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검찰 출신이 부속실장, 총무비서관 외에 인사 라인(인사기획관, 인사비서관)과 감찰 기능(공직기강비서관, 법무비서관)까지도 꽉 잡고 있다. 그러니까 앞뒤 좌우 물이 샐 틈 없이 완전히 둘러싸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 의원은 본인이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면서 문고리 3인방의 위세를 목격했다며 “권력은 직급의 높낮이에 상관없이 최고 권력자와 거리에 비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총장 시절 검찰 주요 요직에 특수통을 쫙 깔아 브레이크 없이 가속 액셀러레이터만 밟다가 결국 검찰이 균형을 잃고 문제가 됐다”며 “저는 그게 겁이 난다”고 우려를 표했다.
조 의원은 공직기강비서관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을 맡았던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을 발탁한 것에 대해 “공직기강 업무에서 인사검증이 떨어지고 감찰만 남았지만, 남을 감찰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더 흠결이 없어야 한다”며 “이렇게 언론이 비판하는데 영이 서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니까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5일 대통령실 비서관 1차 인선을 단행해 이 전 검사를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했다. 이 전 검사는 지난 2012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로 근무할 때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로 큰 논란을 빚었다. 당시 담당 검사였던 그는 재판 과정에서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 2014년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는 이 전 감사의 발탁 이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된 인사를 다시 했으면 좋겠고 이 전 검사님은 사과하고 사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5일 가족들과 놀러 가려고 준비하다가 아는 기자에게 들었다. 동명이인 아니냐고 생각할 정도로 상상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주 오래된 일도 아닌데 이게 현실인가.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유씨 변호를 맡았던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가 이뤄진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시원은 서울시 간첩조작사건의 담당 검사로 당시 징계도 받았던 사람”이라며 “무고한 사람을 간첩 만들고 증거 조작하는데 책임이 있는 사람을 임명한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간신히 형사 처벌을 피했던 사람인데 이렇게 뻔뻔한 인사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