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3% 상승했다. 지난 3월 상승률(8.5%)보다 내려갔지만 월스트리트의 전망치(8.1%)를 상회했다. 인플레이션 둔화를 기대하기엔 여전히 높은 상승률이 나왔다.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주요 3대 지수는 12일(한국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기술주 위주의 투매에 휘말린 나스닥의 내림세가 가팔랐다.
1. 소비자물가지수
미국 노동부는 뉴욕증시 개장을 1시간 앞둔 지난 11일 밤 9시30분 4월 CPI를 발표했다. 지난해 4월과 비교한 상승률은 8.3%로 집계됐다. 이로써 전년 동월 대비 CPI는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지난 3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1981년 12월 이후 최고치인 8.5%였다.
하지만 4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금융·증권가의 의견을 종합한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의 전망치인 8.1%보다 높았다. 8%대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을 나타내는 숫자다. 4월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3%로, 전망치인 0.2%를 웃돌았다. 월스트리트에선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계속되는 고물가를 강한 긴축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이미 지난 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돌입한 ‘빅스텝’(50bp 금리 인상)을 차기 회의에서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6월부터 시행되는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의 규모 변화도 앞으로 주목할 요소다.
시장은 여전히 높은 물가에 주목했다. 4월 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다소 꺾였지만 충분치 않다고 시장은 판단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26.63포인트(1.02%) 밀린 3만1834.1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5.87포인트(1.65%) 떨어진 3935.18을 기록했다.
나스닥에선 기술주 위주의 투매 현상이 나타났다. 시가총액 1위 애플은 5.18%(8.01달러) 하락한 14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핀테크 전기차 친환경 섹터의 성장주에선 10%를 넘는 낙폭도 나타났다. 나스닥의 마감가는 1만1364.24다. 무려 3.18%(373.43포인트)나 하락했다.
2. 월트디즈니 [DIS]
미국 미디어·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2.29%(2.47달러) 하락한 105.21달러에 마감됐다. 본장을 끝내고 시작된 시간 외 매매에서 월스트리트 전망치에 부합하지 않은 올해 1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낙폭을 확대했다. 오전 7시20분 현재 애프터마켓에서 5.45%(5.87달러) 하락한 101.81에 거래되고 있다. 100달러 선이 위협을 받고 있다.
디즈니의 분기 실적에서 매출은 192억5000만 달러, 주당순이익(EPS)은 1.08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에서 종합된 월스트리트 전망치를 하회한다. 전망치에서 매출은 201억1000만 달러, EPS는 1.17달러였다.
다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의 신규 구독자 수 증가세는 여전히 강했다. 1분기에 790만명이 추가됐다. 이는 블룸버그 전망치인 450만명보다 많은 숫자다. 디즈니플러스 누적 구독자 수는 1억3770만명이다.
디즈니의 밥 차펙 최고경영자(CEO)는 “테마파크에서 놀라운 실적을 쌓았고 OTT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크리스틴 매카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플레이션 압력, 공급망 차질, 노동시장 경색이 앞으로의 이윤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 리비안 오토모티브 [RIVN]
미국 전기 픽업트럭 기업 리비안 오토모티브는 이날 나스닥 본장을 9.61%(2.19달러) 급락한 20.6달러에 완주했다. 주가는 장중 한때 20달러 밑으로 내려가 신저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시간 외 매매에서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낙폭을 만회했다. 오전 7시20분 현재 애프터마켓에서 2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낙폭은 3.47%로 줄었다.
리비안의 분기 순손실은 15억9000만 달러, 주당순손실은 1.43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주당순손실은 미국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종합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전망치(1.44달러)보다 적었다.
긍정적인 지표는 차량 예약 건수다. 미국 경제채널 CNBC는 “리비안의 R1 시리즈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예약 건수가 9만대를 넘겼다. 지난 3월까지 집계된 8만3000대보다 늘었다”며 “평균 구매가는 9만3000달러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