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회 없다” 공언했지만 결국 ‘항복 선언’ 원스토어

입력 2022-05-11 17:22 수정 2022-05-11 18:29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엠배서더 호텔에서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사업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원스토어

SK그룹 계열사인 원스토어가 주식시장 상장을 멈춘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상장 철회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증시 폭락·침체의 늪을 벗어날 수 없었다. SK쉴더스에 이어 원스토어까지 상장을 철회하면서 SK그룹 계열사들의 상장 계획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SK스퀘어는 자회사인 원스토어의 기업공개(IPO) 절차를 철회한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9~10일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대다수 기관이 공모가 하단(3만4300원)에 못 미치는 금액을 써내면서 흥행에 실패한 탓이다.

11일 오전까지만 해도 원스토어 내부에선 공모가를 소폭 조정해 상장을 강행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향 조정한 공모가는 2만5000~2만8000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지난 9일 IPO 간담회에서 “원스토어는 전혀 다른 업종이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큰 만큼 상장 계획을 쭉 밀고 갈 예정”이라고 말하며 상장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었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뀔지 불확실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부 투자자들이 공모가 조정 시 수익이 크지 않다고 반발하면서 상장을 미루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 관계자는 “증시가 좋지 않다 보니 기관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다. 시장에 자금을 많이 풀기 어려운 상황이라 득보다 실이 크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앞서 SK스퀘어의 자회사인 보안업체 SK쉴더스도 지난 6일 수요예측에 참패한 뒤 상장을 접었다. SK쉴더스에 이어 원스토어마저 상장 철회 수순을 밟자 SK그룹의 ‘계열사 연쇄 상장’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SK스퀘어는 오는 2025년까지 자회사인 원스토어, SK쉴더스, 11번가, 콘텐츠웨이브, 티맵모빌리티를 잇따라 상장해 그룹 시가총액을 늘릴 계획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증시 상황 악화에다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던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돼 IPO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