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설레는 스크린 소풍”…무주산골영화제 10년 맞았다

입력 2022-05-11 15:21 수정 2022-05-11 15:43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 포스터.

휴양림속 작은 무대, 리조트의 야외 공연장, 국립공원의 집회장, 시골 주민센터, 초등학교 강당…. 어디든 근사한 영화관이 되었다. 관람객들은 소풍 나온 듯 자연을 즐기며 설레는 스크린 여행을 했다.

해마다 6월초 덕유산 자락을 수놓는 무주산골영화제가 10년을 맞았다.

‘영화야! 소풍갈래?’를 내세운 이 영화제는 2013년 6월13일 시작됐다. 당시 무주엔 극장 하나 없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숲만 있던 초록빛 자연에 영화제는 보랏빛 낭만을 가득 채웠다.

첫해 한국영화 31편과 해외영화 23편을 보기 위해 6만여명이 찾아왔다. 이후 영화와 라이브 연주의 감동적인 만남을 통해 고전 영화에 생명을 부여하는 개막작 전통을 만들었다. 책방과 미술관, 공방, 콘서트 등 재밌는 프로그램이 뒤따랐다.

조용했던 산골이 조금씩 들썩이고 영화와 사람이 만들어낸 작은 생동감이 무주 곳곳을 채우기 시작했다. 해마다 60∼110편의 영화가 펼쳐지며 2만∼6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2015년 메르스가, 최근 2년간은 코로나19가 길목을 막아서기도 했지만 영화는 끝끝내 산골 곳곳을 찾았다.

2013년 6월 열린 제1회 무주산골영화제속 관객과의 대화 행사 모습. 무주산골영화제 제공.

그 사이 청정자연과 한 몸이 된 무주산골영화제가 다음 달 2일부터 닷새간 10번째 나들이를 한다.

무주등나무운동장을 중심으로 31개국 110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전 세계 다양한 신작을 소개하는 ‘판 섹션’에서 77편, 국내 수작을 선보이는 ‘창 섹션’의 상영작은 10편이다. 마을 12곳을 찾아가 상영하는 ‘산골 마을 극장’도 운영된다.

개막작은 김태용 감독의 ‘新 청춘의 십자로’다. 1930년대 제작돼 제1회 개막작으로 소개되기도 한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에 뮤지컬을 결합, 독창적인 방식으로 다시 완성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영화 상영과 전문가 대담을 결합한 ‘토킹 시네마’가 신설됐다. 기존 1인 영화 해설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한 편의 영화를 놓고 함께 대담 또는 집단 얘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9개의 주제 아래 선정된 모두 10편의 영화와 2개의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가 상영된다.

영화제의 슬로건은 여전히 ‘설렘 Exciting’, ‘울림 Sympathy’, ‘어울림 Harmony’이다.

유기하 집행위원장은 “10주년을 맞아 영화제의 역대 개막작과 무성 영화 상영작 중 열광적인 호응을 받은 4편을 앙코르 상영해 그때 그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기대해도 좋다. 덕유산의 쾌적한 품에서 영화를 관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