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1년 만에 아이팟(iPod)을 단종한다. 음악산업을 완전히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애플은 아이팟터치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고, 현재 남아있는 재고를 소진하면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팟터치는 아이팟 시리즈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있는 유일한 모델이다.
2001년 첫 출시된 아이팟은 애플과 음악산업을 완전히 바꾼 획기적인 제품이다. 아이팟은 고(故) 스티브 잡스가 1997년 애플로 복귀한 뒤 내놓은 첫 제품이다. 군더더기 없는 직사각형 디자인에 1000곡을 담을 수 있는 대용량 MP3 플레이어로 시장을 뒤흔들었다.
당시 음악시장은 불법 복제 음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애플이 아이튠즈를 통해 곡당 0.99달러로 내려받게 하며 음원시장에서 유료 모델을 정착하는 데 기여했다. 잡스는 2003년 한 강연에서 “사람들이 LP나 CD를 구입하는 것처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는 형태로 음악을 구매하고 싶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팟의 성공으로 애플은 컴퓨터 제조회사에서 소비자 가전회사로 영역을 확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애플은 아이팟 미니·나노·터치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면서 소비자와 접점을 늘렸다.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을 소개하면서 3개의 기기가 하나로 통합한 것이라고 소개했었다. 그 중 하나가 ‘대화면을 갖춘 아이팟’이었다. 나머지 두 개는 ‘혁명적인 전화기’ ‘혁신적인 인터넷 커뮤니케이터’였다.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대중화로 판매량이 줄었지만, 아이팟은 애플을 상징하는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벤처캐피탈 회사 루프 벤처스에 따르면 애플은 지금까지 약 4억5000만대의 아이팟을 판매했다.
애플 월드와이드 마케팅 담당 그렉 조스위악 수석 부사장은 “음악은 언제나 애플의 핵심 요소 중 일부이며, 아이팟은 음악을 발견하고 청취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팟의 정신은 아직 살아있다. 애플은 아이폰, 애플워치, 맥, 아이패드 그리고 애플TV까지 제품 전반에 걸쳐 탁월한 음악 감상 경험을 통합했다”고 덧붙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