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이동욱(48) 감독을 해임했다. 2년 전 프로야구 KBO리그‧한국시리즈에서 구단 사상 첫 우승을 이끌어 명장으로 거듭난 이 감독은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조기 경질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NC 구단은 11일 “지난해에 이어 최근에도 반복된 선수단 일탈행위와 성적 부진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이 감독의 해임을 결정했다. 강인권 수석코치가 당분간 감독대행을 맡는다”고 밝혔다.
NC는 올해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 원정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0대 7로 완패할 때까지 6연패를 당했다. 개막 한 달을 넘긴 2022시즌 KBO리그에서 승수를 두 자릿수로 늘리지 못한 팀은 NC가 유일하다. 중간 전적은 9승 24패. NC는 승률 0.273을 기록해 선두 SSG 랜더스와 15.5경기 차이로 벌어져 있다. 당연히 꼴찌다.
성적보다 심각한 건 자중지란이다. 지난 3일 새벽 경남 창원 숙소 인근에서 술을 마신 코치진 사이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새벽 3시30분쯤까지 술을 마신 한규식 당시 코치는 용덕한 코치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용 코치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한 코치는 계약이 해지됐다. 폭행을 당했지만 새벽 음주 자리에서 싸운 용 코치에 대해 NC는 1군 엔트리 말소를 결정했다.
NC의 음주 관련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장내 응원도 제한될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한 선수들의 술자리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로 인해 KBO리그가 중단되자 NC의 김택진 구단주가 직접 사과문을 내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감독은 이 모든 상황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 리그 전체 일정(144경기)에서 4분의 1도 소화하지 않은 시점에 조기 경질을 당했다.
2년 전 NC와 이 감독의 위상은 달랐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처음으로 개막을 연기하고 경기 수를 축소한 2020시즌 KBO리그에서 NC는 2011년 창단 이후 9년 만이자 2013년 제9구단으로 KBO리그에 합류한 뒤 8번째 시즌에서 첫 우승을 달성했다. 그대로 가을야구에서 승승장구해 한국시리즈 통합 챔피언까지 달성했다.
당시 NC 사령탑은 이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롯데에서 2003년까지 6년의 짧은 선수 경력을 가진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이 감곡은 데이터 수집·분석 능력이 탁월했다. 때로는 선수의 심리 상태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인간미와 현장감으로 ‘데이터 야구’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그렇게 2019년 NC 사령탑을 맡고 이듬해 팀을 챔피언으로 올려세웠다.
NC는 이 감독의 앞선 공로를 인정한 듯 “고문으로 위촉해 예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C는 차기 감독 인선 작업을 위해 다양한 후보군에서 지도자를 물색할 계획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