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명장’서 2년 만에 조기 경질… NC 이동욱 해임

입력 2022-05-11 15:01
NC 다이노스의 이동욱 감독이 지난 4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가진 2022시즌 프로야구 KBO리그 원정경기 1회초에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이동욱(48) 감독을 해임했다. 2년 전 프로야구 KBO리그‧한국시리즈에서 구단 사상 첫 우승을 이끌어 명장으로 거듭난 이 감독은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조기 경질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NC 구단은 11일 “지난해에 이어 최근에도 반복된 선수단 일탈행위와 성적 부진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이 감독의 해임을 결정했다. 강인권 수석코치가 당분간 감독대행을 맡는다”고 밝혔다.

NC는 올해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 원정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0대 7로 완패할 때까지 6연패를 당했다. 개막 한 달을 넘긴 2022시즌 KBO리그에서 승수를 두 자릿수로 늘리지 못한 팀은 NC가 유일하다. 중간 전적은 9승 24패. NC는 승률 0.273을 기록해 선두 SSG 랜더스와 15.5경기 차이로 벌어져 있다. 당연히 꼴찌다.

성적보다 심각한 건 자중지란이다. 지난 3일 새벽 경남 창원 숙소 인근에서 술을 마신 코치진 사이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새벽 3시30분쯤까지 술을 마신 한규식 당시 코치는 용덕한 코치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용 코치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한 코치는 계약이 해지됐다. 폭행을 당했지만 새벽 음주 자리에서 싸운 용 코치에 대해 NC는 1군 엔트리 말소를 결정했다.

NC의 음주 관련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장내 응원도 제한될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한 선수들의 술자리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로 인해 KBO리그가 중단되자 NC의 김택진 구단주가 직접 사과문을 내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감독은 이 모든 상황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 리그 전체 일정(144경기)에서 4분의 1도 소화하지 않은 시점에 조기 경질을 당했다.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2020년 11월 2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물리치고 우승한 뒤 이동욱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뉴시스

2년 전 NC와 이 감독의 위상은 달랐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처음으로 개막을 연기하고 경기 수를 축소한 2020시즌 KBO리그에서 NC는 2011년 창단 이후 9년 만이자 2013년 제9구단으로 KBO리그에 합류한 뒤 8번째 시즌에서 첫 우승을 달성했다. 그대로 가을야구에서 승승장구해 한국시리즈 통합 챔피언까지 달성했다.

당시 NC 사령탑은 이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롯데에서 2003년까지 6년의 짧은 선수 경력을 가진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이 감곡은 데이터 수집·분석 능력이 탁월했다. 때로는 선수의 심리 상태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인간미와 현장감으로 ‘데이터 야구’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그렇게 2019년 NC 사령탑을 맡고 이듬해 팀을 챔피언으로 올려세웠다.

NC는 이 감독의 앞선 공로를 인정한 듯 “고문으로 위촉해 예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C는 차기 감독 인선 작업을 위해 다양한 후보군에서 지도자를 물색할 계획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