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뛰어넘은 순애보…철원 재두루미 부부 “알 낳았어요”

입력 2022-05-11 14:22

1000㎞ 거리를 뛰어넘은 애틋한 사랑으로 유명한 재두루미 부부(사진)가 산란 소식을 알려 주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 DMZ두루미평화타운은 지난 9일 두루미 쉼터에서 엎드려있는 ‘사랑이(암컷)’를 관찰한 결과 방사장 중앙 풀밭에 알 2개를 낳은 것을 확인했다.

사랑이는 2005년 날개가 심하게 부러진 채 구조돼 치료를 받은 뒤 이곳에서 생활해 왔다. 2018년에는 다리와 부리에 동상을 입은 수컷 재두루미 ‘철원이’가 구조됐다.

쉼터로 옮겨진 이들은 2019년 부부의 연을 맺었고 이듬해 4월 2개의 알을 낳았다. 이들 부부는 번갈아 가며 알을 품으며 부화를 기다렸지만 결국 새끼는 나오지 않았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몸을 모두 회복한 철원이는 사랑이에게 함께 북쪽으로 날아가자는 듯 날갯짓했지만 사랑이는 날아오를 수 없었다. 골절 후유증 때문이었다.

결국 철원이는 그해 6월 혼자 날아 가버렸다. 사람들은 재두루미 부부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라 생각했지만, 5개월 뒤 철원이는 다시 쉼터로 돌아왔다.

수컷의 등에 부착한 위치추적장치(GPS) 기록을 확인한 결과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다시 철원까지 1000㎞를 넘게 날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수호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사무국장은 “재작년 겨울부터 철원이는 북상하지 않고 사랑이 곁에 머물고 있다”며 “이들이 무사히 알을 품어 내달 예쁜 2세가 태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철원=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