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23억원 어치의 주식을 보유해 이해충돌 논란이 일자 매각 또는 백지신탁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후보자가 보유 중인, 2000년 창업한 보안기업 테르텐과 벤처캐피탈(VC) 와이얼라이언스의 비상장주식 가치는 각각 11억9811만원, 11억4076만원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에 대한 지적을 받자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매각 또는 백지신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비례대표로 선정되면서 회사를 정리하는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백지신탁 관련한 절차를 알아보지 않은 것도, 주주들과 상의를 안 했던 것도 아니다”며 “직원들 고용 안정성과 코로나19로 상황이 굉장히 안 좋아 당분간 보유하는 쪽으로 회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주식을 보유하고 상임위를 옮기는 것이 불법이었다면 즉각 결정했을 것”이라며 “다른 상임위원회로 갔지만 공직자윤리법에 따라서 2년 동안 활동을 충실히 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언제, 어떻게 팔릴지, 심지어 누가 주인이 될지 모르며, 지켜야 할 경영자의 책임도 있다”며 “협의 과정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저를 대변할 수 있는 생태계를 위해 나름대로 헌신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년이라는 기간은 직원과 대주주들에게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제 선택에 충분한 양해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자신이 설립 운영한 와이얼라이언스의 4만2000주, 보안업체 테르텐 17만720주를 보유하고 있다. 약 220억원 규모에 달한다”며 “이해충돌 문제가 있는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측은 또 이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 후보자가 설립한 테르텐, 와이얼라이언스 주식 거래와 배당금 수령 내역, 등기임원 명단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유영일 테르텐 대표, 김상용 와이얼라이언스 대표의 증인 출석이 거부된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중기부 산하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운영위원으로 있던 시절 테르텐을 통해 중진공에 보안 소프트웨어를 납품한 사실이 확인돼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중진공 운영위원이 자사 제품을 중진공에 납품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테르텐은 2013년과 2016년 중진공으로부터 각각 9800만원, 1200만원 규모의 용역을 수주했다. 이 후보자는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중진공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이 후보자는 또 2017년 12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특허청에 8600만원 규모의 캡처방지 소프트웨어를 납품했는데, 이 시기에 해당 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해 논란이 일었다. 이 후보자가 국방부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2018년에는 국방부 국방전산정보원에 2371만원 규모의 상용 소프트웨어를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