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가 2018년 이후 4년만에 보다 강화된 고혈압 진료 지침을 내놨다. 심뇌혈관질환 등 고위험 환자의 관리 목표 수축기 혈압을 기존 140㎜Hg 미만에서 130㎜Hg미만으로 낮춘게 특징이다.
무증상 장기 손상이나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를 3개 이상(당뇨병 동반 시 2개 이상) 갖고있는 고위험 환자는 목표 혈압을 130/80㎜Hg 미만으로 낮췄다. 합병증 없는 단순 고혈압 환자의 경우 기존처럼 140/90㎜Hg 미만을 유지키로 했다.
고령의 고혈압 환자에게 쓰여 온 아스피린은 심혈관질환, 죽상경화증(혈관에 찌꺼기가 쌓여 딱딱해짐) 등 고위험군에게 한정해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위험도 낮은 고혈압 환자는 출혈 위험 등 부작용이 이득 보다 많은 만큼 아스피린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이런 내용을 근간으로 한 2022년판 새 고혈압 진료 가이드라인을 13~14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학회는 11일 “고혈압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며 중요한 심뇌혈관질환 예방 수단”이라며 “인류 사망의 80%가 만성질환에 기인하는 만큼 치료 효과가 명확한 고혈압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런 시대 흐름에 발맞춰 고혈압 치료 임상 의사들에게 최신 의학 데이터에 기반해 업데이트된 적절한 진료 지침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정·보완된 진료지침에 따르면 2018년의 고혈압 진단 기준은 기존 140/90㎜Hg를 유지하는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이번 지침에선 심뇌혈관질환 등 고위험 환자에서 목표 수축기 혈압을 130㎜Hg까지 낮추도록 권고했다. 이들 환자의 경우 목표 혈압을 130㎜Hg 미만으로 적극적인 강압 치료를 시행할 때 진료실 혈압과 진료실 밖 간의 대응 혈압에 있어 ‘백의 효과(진료실에서 하얀 가운을 보며 측정 시 혈압이 올라가는 현상)’의 영향이 미미해지는 점을 고려했다.
또 고령의 동양인 고혈압 환자에 대한 목표 혈압 연구(STEP)결과 수축기 혈압을 130㎜Hg미만으로 낮춘 군이 140㎜Hg미만으로 유지한 군에 비해 심혈관 사건 발생이 유의하게 감소한 점이 고려됐다.
합병증 없는 단순 고혈압은 기존처럼 목표 혈압을 140/90㎜Hg미만으로 유지한다. 합병증은 없지만 무증상 장기 손상, 심뇌혈관 위험인자 3개 이상, 당뇨병과 동반 심혈관 위험인자 2개 이상, 당뇨병과 3·4·5기 만성 콩팥병을 갖고있는 고위험 고혈압 환자는 130/80㎜Hg미만으로 낮춰 관리해야 한다.
심혈관질환, 단백뇨 동반 만성 콩팥병 및 열공성 뇌경색이 합병된 고혈압 환자의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목표 혈압을 130/80㎜Hg미만으로 유지한다.
뇌졸중과 당뇨·단백뇨 동반이 안된 고혈압 환자의 경우는 합병증에 따른 고위험 요인이 있으나 임상 근거 부족으로 목표 혈압을 기존처럼 140/90㎜Hg미만으로 유지키로 했다.
당뇨병은 2018년 지침에선 심혈관질환 동반 여부에 따라 목표 혈압을 130/80㎜Hg 또는 140/85㎜Hg미만으로 했는데, 이번 지침에선 임상적으로 심뇌혈관질환이 없더라도 무증상 장기 손상, 심뇌혈관 위험인자 2개 이상 및 만성 콩팥병 3·4·5기가 동반된 고위험 당뇨환자의 경우 130/80㎜Hg미만으로 낮췄다. 이밖에 중·저위험 당뇨병은 140/90㎜Hg 미만을 유지했다.
학회는 또 고령의 고혈압 환자에서 혈전용해제인 아스피린 사용에 대한 새 지침도 마련했다. 학회는 “고령의 고혈압 환자에서 아스피린 사용은 출혈 위험 등 부작용 문제가 지속 제기돼 왔고 특히 혈압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스피린 사용은 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스피린 사용의 이득이 명확한 심혈관질환, 죽상경화증 등 고위험군 환자에게 주로 쓰고 위험도 낮은 고령 환자에서 아스피린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이미 아스피린을 쓰는 환자가 연령이 높아져 고령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아스피린을 중단할 때는 환자 위험도에 따라 의사가 판단하도록 했다.
새 진료지침은 아울러 일반인들도 최소 2년마다 혈압을 측정해 조기에 고혈압을 진단받도록 권고했다. 고위험군은 매년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 고혈압은 1차 선별 목적으로 진료실 혈압 측정을 권고하고 진료실 밖 혈압(가정 혈압 등) 측정은 혈압이 높은 환자에게 추가적으로 시행토록 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