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 의혹’과 관련해 “입시에 사용할 계획이 없다면 왜 굳이 ‘오픈 액세스 저널’을 표방하는 사이비 학술지에 상당한 초고료를 주고 (논문을 게재했는지) 설명이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8일 한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한 교수와 연구자 집단 성명에 동참했다.
김 교수는 10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 딸이 외국 대학 입시를 위해 ‘오픈 액세스 저널’ 중 하나에 여러 편의 논문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제가 되기에 ‘ABC리서치(Research)’라는 수상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 세 편을 훑어봤다”며 “해명대로 5쪽 이하의, 논문이라고 하기 어렵더라”고 했다.
다만 김 교수는 “고등학교 2학년이 입시에 사용할 계획도 없다면 왜 그렇게 돈을 내고 학술지를 자처하는 사이비 학술지에 실었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며 “해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스펙으로 사용하려 했던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 후보자 측이) ‘전자자료로 올려놓으려 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는데, 자기 컴퓨터에 PDF 파일로 만들 수 있고 얼마든지 보관할 수 있다”며 “굳이 거기(학술지)에 올린 것은 (입시에) 사용할 계획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좀 더 상식적”이라고 의심을 풀지 않았다.
또 김 교수는 한 후보자가 ‘오픈 액세스’ 운동을 폄훼했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가 “자녀가 논문을 실은 것은 그냥 간단한 투고 절차만 거치면 되는 오픈 액세스 저널”이라고 해명한 데 따른 것이다.
오픈 액세스 저널은 누구나 지식과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학술지다. 김 교수는 “말 그대로 비싼 구독료나 이런 것을 내지 않고도 지식과 정보를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하자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에 논란이 된 ‘약탈적 학술지’는 연구성과가 필요한 연구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돈만 받으면 무조건 논문을 게재해주는 곳을 말한다. 자유로운 정보 제공에 방점을 둔 오픈 액세스 저널과는 목적을 달리한다.
김 교수는 “다만 오픈 액세스 저널을 표방하는 학술지 중 ‘투고하면 다 공개해준다’면서 심사과정을 생략하거나 부실하게 심사하고, 굉장히 비싼 투고료를 받는 곳도 있다”며 “이런 경우 ‘부실 학술지’라고 하고, 또 많은 투고료를 챙겨가기 때문에 ‘약탈적 학술지’라는 말을 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자 측에서 ‘딸이 논문을 실은 것은 그냥 간단한 투고절차만 거치면 되는 오픈 액세스 저널’이라고 했는데, 이건 지난 20년간 이어진 오픈 액세스 운동에 대한 폄훼이자 모욕”이라며 “이 때문에 여러 단체가 (한 후보자 사퇴)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일 새로운 학문 생산체제와 지식공유를 위한 학술단체와 연구자연대,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등 6개 단체는 한 후보자 딸의 논문 작성·게재와 관련한 한 후보자 측 해명이 학문 생산과 오픈 액세스 운동을 왜곡하는 궤변이라며 한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딸 논문 관련 의혹에 대해 “고교 대상 에세이 대회 등을 통해 작성한 것을 모아 2021년 11월쯤 이후 한꺼번에 오픈 액세스 저널이 요구하는 형식에 맞게 각주, 폰트를 정리해 업로드한 것”이라며 “대략 4∼5쪽 분량으로, 해당 오픈 액세스 저널은 간단한 투고 절차만 거치면 바로 기고가 완료된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한 후보자는 “입시에 사용된 사실이 없고 앞으로도 입시에 사용할 계획이 없다”며 “학교에도 (해당 논문을)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