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AG 2023년 연기” 공문… ‘징계·부상’은 기회, ‘연령제한’은 고심

입력 2022-05-10 17:19 수정 2022-05-10 18:01
아시아올림픽 평의회(OCA) 이사회는 오는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예정됐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연기한다고 6일 발표했다. OCA는 명확한 연기 사유와 연기된 개막 일자는 밝히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4월 1일 촬영된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경기장 전경. AFP연합뉴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연기되면서 대회를 준비해온 선수 및 협회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2023년 개최가 유력한 가운데, 징계나 부상으로 대회 출전이 불가했던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생긴 반면 연령제한 종목들은 선수 선발 고심에 들어갔다.

대한체육회는 10일 각 종목 유관단체들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2023년으로 연기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명시하지 않았다. 체육회 관계자는 “종목마다 국가대표 선수단을 유지할지, 새로 뽑을지 막연한 상황이기 때문에 연도를 특정해 혼란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4년은 파리올림픽이 열리고, 2026년은 20회 아시안게임이 예정돼있어 2년 연속 개최는 어려울 것”이라며 “2023년이 유력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지난 6일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 중인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3연임이 여부가 결정될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올 가을 예정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10일 예정된 아시안게임이 불과 4개월 앞두고 연기되면서 대한체육회 및 소속 협회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나이 제한이 있는 축구와 야구의 고민은 깊어졌다. 특히 남자 선수들은 병역 문제도 걸려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남자 축구는 대회 규정상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고, 와일드카드 3명을 선발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남자축구 종목 나이 제한을 24세로 올린 바 있다.

야구는 나이 제한이 없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만 24세·3년 차 이하’ 기준을 정해 아시안게임을 준비해왔다. 대회가 내년으로 연기되면 1998년생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고우석(LG트윈스) 등은 와일드카드로만 선발될 수 있다.

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고려했던 선수들의 일정도 꼬였다. 한국 레슬링 간판 김현우와 류한수(삼성생명)는 이번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은퇴를 고려했다. 이 때문에 류한수와 김현우는 결혼도 각각 10월, 11월로 직후로 잡았다. 펜싱에선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사브르 금메달 김지연이 항저우 대회 이후 은퇴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선수들도 있다. 도쿄올림픽 남자체조 금메달 신재환은 공황장애로 어려움을 겪던 중 택시기사 음주폭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지만 징계도 받지 않고 선발전에 나왔다는 비판 여론에 기권했다. 충북체조협는 지난달 신재환에게 ‘체육인으로서의 품위 훼손’을 이유로 선수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려, 징계 후 아시안게임에 재도전할 수도 있다.

남자배구 정지석도 출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정지석은 국내 최고 에이스로 손꼽히지만 데이트폭력 논란 등으로 지난 6일 대한체육회의 강화훈련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1년 뒤엔 국가대표팀 복귀가 가능하다.

한국 여자 탁구의 기대주 신유빈도 내년을 기약할 수 있다. 신유빈은 손목 부상 재활에 집중하기 위해 올해 초 국가대표팀 선발전을 포기하면서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됐다. 하지만 최근 복귀한 미국 국제 대회에서 준결승에 오르며 경기감각을 회복하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