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새 정부의 출발을 알리는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다. 그런데 이날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바다 식목일’ 때문이다.
매년 4월 5일로 지정된 식목일은 육지 식목일로, 환경보호와 숲 조성을 위해 땅 위에 나무를 심는다. ‘바다 식목일’은 이와 달리 바다 안에 해조류를 심는 날이다. 바닷속 해조류가 잘 성장하는 때가 5월이라는 점을 고려해 5월 10일이 ‘바다 식목일’로 지정됐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지정한 ‘바다 식목일’의 역사는 길지 않다. 2013년 처음 법정기념일로 제정돼 올해 10주년을 맞게 된다.
‘바다 식목일’이 제정된 건 바다 생태계의 중요성 때문이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가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그만큼 크다.
해양수산부 수산자원정책과 관계자는 9일 “나무가 가진 생태적 가치 못지않게 바다 해조류의 생태적 가치도 상당하다”면서 “황폐해진 바다 생태계의 심각성을 알리고 범국민적인 관심 속에서 바다 숲이 조성될 수 있도록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바다의 사막화라 불리는 ‘갯녹음’의 심각성도 크다. 갯녹음은 암반 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 조류가 달라붙어, 암반 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갯녹음으로 인해 해양 생물의 은식처와 먹이를 제공하는 바다 숲이 사라지고 생태계는 파괴된다. 또 석회 조류가 폐사하면 시멘트와 같은 무절석회조류가 암반을 뒤덮어 바다가 사막화된다.
지난 7일 한국수산자원공단이 낸 ‘전국 연안 갯녹음 현황’을 보면 국내 바다 암반 3만8000여㏊ 중 1만2700여㏊(33.5%)에서 사막화 현상이 확인됐다. 갯녹음은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 육지 오염원 유입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30년까지 5만4000㏊의 바다 숲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바다 숲이 조성되면 해양 생태계가 회복되고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도 발생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그러나 바다 숲 조성 사업이 재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갯녹음을 해소하는 데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바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해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대책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주에서 갯녹음 실태를 조사한 윤상훈 녹색연합 해양생태팀 전문위원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갯녹음은 수심 5m 이하의 얕은 바다에서 발생해 점차 깊은 곳으로 퍼진다”며 “바다 숲 조성 사업은 10~15m 정도의 깊은 지점에서 이뤄져 갯녹음 치유에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감사원도 2019년 한국수산자원공단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해조류 밀도와 서식 동물 개체 수가 바다 숲 조성 전보다 1/5 수준으로 줄었다”며 사업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바다 숲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전문위원은 “제주 바다의 경우 갯녹음으로 인해 생태적 회복력을 잃었다는 정부 기관의 조사결과가 발표됐다”며 “갯녹음의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