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원하세요? 구독하세요… 자동차 옵션 ‘구독시대’

입력 2022-05-10 06:01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구독’에 눈을 떴다. 차량을 팔 때 옵션으로 제공하던 기능을 연 단위 혹은 월 단위로 돈을 내고 구독할 수 있도록 바꾸고 있다. 변화를 가능하게 만든 건 무선통신(OTA)을 이용한 기능 업데이트다.

완성차 업체들은 적극적이다. 소비자들이 구독 서비스에 발을 들이면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동시에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 가능해진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기차 EQS의 후륜 조향기능(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량 구입가격과는 별개의 구독료를 낸 고객에게 OTA 업데이트로 기능을 제공하는 식이다. 후륜 조향 기능을 이용하면 4.5도 각도로 꺾이는 뒷바퀴를 10도까지 꺾을 수 있다. 회전 반경을 줄여 주차나 유턴 시 유용하다. 고속 주행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차선을 변경할 수 있다.

벤츠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연간 구독료 489유로(약 70만원)에 후륜 조향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미 차량에 장착했던 기능을 앞으로 유료 구독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라 논란을 일으키는 중이다.

자동차에 가장 먼저 구독 서비스를 적용한 건 테슬라다. 지난해 7월 독자적인 자율주행 기능 ‘FSD(Full Self Driving)’를 월 199달러에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FSD는 오토파일럿보다 한 단계 고도화한 자율주행 기능이다.

테슬라처럼 완성차 업체들이 눈여겨보는 구독 서비스는 아직 자율주행 기능에 집중돼 있다.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해 10월 구독 서비스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던 기능도 ‘울트라 크루즈’라는 반자율주행 기능이다. 볼보 역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을 제공하는 ‘라이드 파일럿’을 향후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구독 형식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기아 스팅어의 인포테인먼트에서 실행한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의 모습. 멜론 제공

자동차 업계에서는 구독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 기존 차량 판매 수익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장이 등장한다고 내다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각종 기능의 구독 서비스 채택률이 30%까지 늘어나면, 연간 서비스 부문 영업이익은 1180억 달러(약 146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옵션으로 제공하던 기능을 구독 형태로 전환하면 고객 이탈 방지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소비자는 차량 출고 시 결제해야 했던 기능을 필요할 때마다 연 단위나 월 단위로 사서 쓸 수 있다. 단, 필요한 기능을 오랫동안 사용할 경우 기존에 옵션으로 들어갔을 때보다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 업계도 완성차 업체의 구독 서비스에 주목한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와 분주하게 손을 잡고 있다. 지니뮤직은 현대자동차, 기아, 테슬라 등의 차량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탑재했다. 멜론도 현대차·기아와의 협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자율주행 성능이 강화돼 주행 중 운전자가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면 동영상, 게임 등으로 구독의 영역이 확장할 가능성도 크다. 장대석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차량 내 콘텐츠 서비스는 기존 OTT나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자와의 경쟁이 불가피해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른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