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대외 여건 악화와 수출 증가세 둔화로 경기 하방위험이 더욱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제시한 ‘경기 하방위험 확대’보다 부정적인 의견이다.
KDI는 9일 발표한 ‘5월 경제동향’에서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감소세에 들어서며 서비스업이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불안정한 대외여건의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교란 지속, 주요국의 정책 불확실성 등이 크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KDI는 상해 등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정책이 하방 압력을 가중할 것으로 봤다. 대중(對中) 수출이 감소하고 자동차 등 일부 산업의 부품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조업 기업 심리지수(85)는 지난달(83)에 이어 100을 밑돌았다. 3월 전산업생산은 3.1%로 지난달(4.2%)에서 하락했는데 자동차(-6.4%), 금속가공(-8.5%) 등이 부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KDI는 미국의 빅스텝(기준 금리 0.5% 포인트 인상) 단행 등 금리 인상 현실화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도 경기 하방 압력을 가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과 국채 금리가 급속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2월 1202.3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9일 1274.0원까지 올랐다.
경제성장을 떠받치던 수출은 중국의 봉쇄조치,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봤다. 중국 주요 도시가 봉쇄 되면서 대중 수출은 감소세(16.6→-3.4%)로 전환됐다. 러시아(-70.5%), 우크라이나(-84.9%) 등의 수출도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수출 증가세 둔화에 영향을 줬다.
KDI는 “세계 산업생산과 교역 증가세가 완만해진 가운데 3월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주요 제조업 관련 선행지표도 악화됐다”며 “공급망 교란과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되면서 경제 기초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기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