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수 “한동훈 딸 논문, 조국 때보다 10배 심각”

입력 2022-05-09 14:41 수정 2022-05-09 16:49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으로 이슈가 생길 때마다 본인의 의견을 SNS에 개진해 온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논문과 관련된 의혹에 “조국 딸, 나경원 아들 때보다 열 배 이상 심각하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논문을 쓰는 일이 주업인 연구자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논문 관련 대중의 오해도 많은데 정확한 이해도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 교수는 한 후보자 딸이 고등학생 때 여러 편의 논문을 출판한 상황을 언급하며 한 후보자 측의 불성실한 해명을 지적했다. 그는 “한동훈 지명자 측은 몇 년간 써온 고등학생의 글을 전자문서화하기 위해 오픈엑세스 저널에 형식을 갖추어 투고한 건데 논문으로 왜곡했다고 반박했다”며 “논문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주장하지만 저널에 출판된 논문 형식의 글을 논문이 아니면 뭐라고 부르나”고 반문했다.

우 교수는 “한동훈 측은 ‘온라인 저널’ ‘오픈엑세스’ ‘고등학생의 글’ 이런 표현으로 논문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려고 한다. 그러나 논문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면서 “논문이 아니라면 왜 굳이 저널에 투고해서 출판했을까? 전자문서화하기 위함이라는 답변은 매우 궁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에는 논문이 아니라고 둘러대지만 유학·입시 등에 스펙을 제시할 때 당연히 논문으로 포장하려고 저널에 투고해서 출판했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추론”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우 교수는 논문 관련 의혹을 다룬 한겨레의 보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겨레는 ABC Research Alert에 낸 논문 한 편이 대필이라는 의혹을 보도했다. 돈 주고 사서 자기 이름으로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동훈 지명자는 의혹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논문이 아니고 첨삭지도를 받은 연습용 글이라고 대응했다”면서 “더 가관인 것은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할 계획도 없다는 발언이다. 지금 고2니까 당연히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을 것인데 이걸 답변이라고 하나”라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에 실린 두 편의 논문을 지목하며 “고등학생이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학회에서 발표한다면 칭찬할 일이나 도대체 어떻게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라며 “누군가의 상당한 조력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의문을 표했다. 그는 “연구의 5단계 중에서 첫 번째인 연구주제 설정, 아이디어 발굴, 이 부분이 사실은 가장 어려운 단계이다. 분석이나 자료정리 등은 오히려 쉽지만 주제를 잡고 연구 방향을 정하는 것은 고등학생이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 교수는 “한 후보자 딸에 대한 마녀사냥이나 비난은 멈춰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스펙을 쌓고 미래를 준비하려고 하는 마음은 한동훈의 딸이나 조국의 딸이나 나경원의 아들이나 혹은 어느 고등학생들이나 마찬가지”라며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나고 자란 우리 아이들을 잘못된 길로 이끈 것은 일차적으로 부모와 사회의 책임이다. 조국의 딸이 당한 만큼 너도 당해야 한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런 식의 복수극이 바람직할까”라고 반문했다.

우 교수는 “스펙쌓기 노하우를 드러낸 이번 사건으로 한동훈이 장관직을 내려놓는 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면서 “진정한 피해자는 이 거대한 경쟁 사회 속에서 부모의 스펙 지도에 휘둘리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찬스는 꿈도 꾸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상처를 받는 국민들이다. 말로만 선진국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