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 못 남겼지만…웃음짓고 가셨다” 故김지하 시인의 마지막

입력 2022-05-09 11:26 수정 2022-05-09 12:54
9일 오전 강원 원주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지하 시인의 빈소.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세상을 떠난 김지하(본명 김영일·81) 시인의 마지막은 평안했다. 가족 모두가 곁을 지킨 가운데 생을 마감한 그는 말이나 글을 남기진 못했지만, 눈을 깜빡이고 웃음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둘째 아들인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9일 “제 아내와 장인·장모 등 함께 사는 가족 모두 임종을 지켰다. (아버지는) 일일이 손을 잡아보고 웃음을 보이신 뒤 평온하게 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임종 하루 전인 지난 7일부터는 죽조차 드시지 못했다. 어제 임종 전 입에 넣어 드린 미음이 마지막 식사셨다”면서 “말도, 글도 남기지 못하셨지만,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셨다”고 전했다.

고인은 임종 1주일 전 응급 상황으로 병원으로 입원했을 때 며느리와 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평소 잘 하지 않으셨던 가족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제 아내와 많이 나누셨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아내도 펑펑 울었다”면서 “아내에게 ‘우리 집안에 며느리로 와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고인은 10여년 전부터 지병으로 투병생활을 해 왔으며 그 가운데 응급 상황도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적’ ‘타는 목마름으로’ 등을 쓴 저항시인이자 1960~70년대 네 차례 고문과 투옥을 경험했던 민주화 운동가인 고인은 전날 오후 4시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대표 시집으로는 ‘황토’,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애린’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는 ‘생명’, ‘율려란 무엇인가’ 등을 발표했다. 2018년 시집 ‘흰 그늘’과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 선언을 했다.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마련됐으며 4일장을 치른 뒤 오는 11일 오전 9시 발인한다. 장지는 부인 김영주씨가 묻힌 원주 흥업면 선영이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원보 작가와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