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한동훈, 뱀처럼 교묘한 해명”… 尹 임명 강행할 듯

입력 2022-05-09 05:33 수정 2022-05-09 09:59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딸의 논문 대필 의혹에 대해 ‘연습용 글로 입시에 활용하지 않는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뱀처럼 교묘한 해명”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한 후보자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을 당시 ‘조국 일가’ 수사를 지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한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이날 “한 후보자는 타인에게 겨눴던 칼끝을 자신에게도 겨눠 보라”며 비판에 나섰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5명의 장관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하고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물러섬 없이 이들의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국, 한동훈에 “즉각 압수수색 필요하지 않나”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자의 해명을 담은 <한동훈, 딸 논문 대필 의혹에 “연습용 글.. 입시 활용 안 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비판에 나섰다.

그는 한 후보자와 언론을 겨냥해 “이러한 뱀처럼 교묘한 해명에 대하여 언론은 반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후보자를 향한 6가지 질문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조 전 장관은 먼저 “그러면 따님은 무슨 목적으로 여러 편의 논문을 ‘약탈적 학술지’에 게재하고, ‘표절 전자책’을 출간하고, 엉터리 미국 언론에 인터뷰까지 했나요?”라고 물었다. 약탈적 학술지는 연구성과가 필요한 연구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돈만 받으면 무조건 논문을 게재해주는 곳을 말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전 장관은 이어 한 후보자 관련 의혹을 언급하면서 “아마존에 올린 표절 전자책은 저작권법 위반이 아닌가” “따님의 논문을 대신 작성했다는 케냐 출신 대필작가에겐 누가 얼마를 지불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따님은 어떤 연유로 어떠한 능력이 있기에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 논문을 발표할 수 있게 됐는가. 이 논문이 표절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누가 작성했나. 표절 논문임을 학회에 자진 신고했나”라고 질문을 이어갔다.

또 “어떻게 해서 따님의 스펙이 미국 아이비리그에 진학한 따님의 사촌 언니의 스펙과 꼭 닮았나”라고 했다.

끝으로 조 전 장관은 “조국은 문제가 되는 자식의 인턴 증명서를 고교에 제출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로 기소했는데, 문제 논문과 전자책 등을 따님이 다니는 국제학교에 제출했나. 누가 제출했나”라며 “조국 수사를 지휘한 경험에서, 국제학교의 서버와 문서에 대한 즉각적인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전에도 “(한 후보자 딸의) 이하의 논문 실적은 송도 소재 모 국제학교의 생활기록부 또는 그에 준하는 문서에 기록돼 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즉각적인 압수수색이 왜 이뤄지지 않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언론에는 “왜 이런 ‘선택적 수사’를 비판하지 않는가. 조중동 등 보수언론에 한동훈(딸)은 ‘성역’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한 후보자 측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언론에 보낸 메시지에서 “한 후보자 딸이 쓴 논문이라고 보도된 글은 논문이 아니라 3페이지짜리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이라며 “고교생 학습 과정에서 연습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입시 등에서 사용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 “한동훈, 장관 자격 있나”… 尹 ‘임명 강행’ 수순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한 후보자는 이해충돌, 위장전입, 농지법 위반 의혹에 더해 ‘부모찬스’ 논란도 일고 있다”며 “형사법적 문제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법치를 책임질 장관으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윤 당선인을 겨냥해서도 “수많은 의혹과 불법으로 점철된 ‘부적격’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어떠한 인사 철학인가”라고 되물었다. 앞서 윤 당선인은 7일 국회에 정호영·이상민·원희룡·박보균 후보자와 박진 외교부·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9일까지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로 사용하게 될 용산 국방부 청사에 새로 설치한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6일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윤 당선인 측의 재송부 요청을 두고는 ‘임명 강행’ 수순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이후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한동훈, 정호영(보건복지부)·원희룡(국토교통부)·이상민(행정안전부)·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를 부적격으로 판단했다. 민주당이 이들의 임명 여부를 국회 인준이 필요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결부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당선인이 당 안팎의 예상대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로도 여야의 극한 대치 정국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