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시인 별세, 향년 81세

입력 2022-05-08 18:22 수정 2022-05-09 00:17
김지하 시인. 연합뉴스

유신 독재에 저항했던 민주화의 상징이자 민족 문학 진영 문인으로 대표됐던 김지하 시인이 8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토지문화재단은 1년여간 암 투병생활을 해오던 고인이 이날 오후 강원 원주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타계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1970년대 유신 독재 등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을 담은 참여시를 쓰며 한국 민주화를 대표하는 문인으로 떠올랐다. 필명인 ‘지하’(芝河)는 ‘지하에서 활동한다’는 뜻을 담았다. 본명은 김영일이다.

김 시인은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서울 중동고,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에 입학한 이듬해인 1960년에는 4·19혁명에 참가했다. 민족통일전국학생연맹 남쪽 학생 대표로 활동하면서 학생운동에 참여하다 도피 생활을 하기도 했다.

문인 활동은 1963년 3월 ‘목포문학’에 ‘저녁 이야기’라는 시를 발표하며 시작했다. 1969년 시 전문 문예지 ‘시인(詩人)’에 ‘황톳길’ 등을 발표하며 공식 등단했다.

1970년 ‘오적’으로 국가 권력을 풍자하며 구속되는 필화를 겪었다. 이후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1980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고인은 1970년대 저항시를 발표해오다 1980년대부터는 후천개벽의 생명사상을 정립하는 데 힘을 쏟았다. 1986년 ‘애린’을 시작으로 생명사상과 한국의 전통 사상, 철학을 토대로 한 시를 쏟아냈다.

한때 ‘변절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경찰에 맞아 숨지고 이에 항의하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분신자살이 잇따르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제목의 칼럼을 써 비판을 받았다. 그의 구명운동을 계기로 만들어진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작가회의)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김 시인은 10년 뒤 ‘실천문학’ 여름호 대담에서 칼럼과 관련해 해명과 함께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하지만 2012년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는 한편 진보 문학평론가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노골적으로 매도하는 등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대표 시집으로는 ‘황토’,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애린’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는 ‘생명’, ‘율려란 무엇인가’ 등이 발표했다. 2018년 시집 ‘흰 그늘’과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 선언을 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과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과 브루노 크라이스키상, 만해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노벨문학상·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었다.

고인의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1일이다. 장지는 부인이 묻힌 원주 흥업면 선영이다. 유족으로는 아들인 김원보 작가·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