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접촉면회 허용했지만…“백신 못 맞아 부모님 손 못 잡아”

입력 2022-05-08 20:21
가정의 달을 맞아 요양병원·시설의 한시적 접촉면회가 허용된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서 김영분(90) 어르신이 딸과 사위 등을 만나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가정의 달을 맞아 코로나19로 금지됐던 요양병원·시설의 접촉면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지만, 면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멀리서 이를 지켜봐야만 하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올해 3월 중순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신 A씨는 접촉면회 허용 소식에 어버이날 면회를 신청했지만 만남은 불발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22일까지 3주간 요양병원·요양시설의 접촉면회를 허용했다. 코로나19에 확진됐던 면회객은 2차 까지, 미확진자는 3차까지(17세 이하는 2차 접종까지) 백신 접종을 마쳐야만 접촉면회를 할 수 있다. 미접종자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 결과가 있어도 면회가 불가능하다.

A씨는 백신 후유증으로 인해 2차 접종까지만 마친 미확진자다. A씨는 “2차 접종 당시 병원도 가지 못할 정도로 3일을 꼬박 앓았고, 이후에도 두통과 어지럼증이 심해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며 “그 뒤로 백신 두려움이 생겨 3차 접종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접촉면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A씨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바라만 보는 비접촉 면회를 했을 뿐 아직 어머니의 손을 잡아보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내가 백신을 접종할 수 있으면 몇 번이라도 해서 엄마를 만져보고 싶다”며 안타까워 했다.

백신 접종 기준은 환자들에게도 적용된다. 환자들은 코로나19에 확진됐던 이들은 2차까지, 미확진자는 4차 접종까지 마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설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무더기로 나오는 바람에 환자들이 접종을 완료하지 못해 어버이날 면회가 불발된 경우도 있다.

어머니를 수도권의 한 요양병원에 모신 B씨는 백신 3차 접종을 마쳤지만 어버이날을 맞아 접촉면회를 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입소한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한 달 넘게 코호트 격리가 이뤄진 때문이다. 확진은 피했지만 계속되는 격리로 어머니가 백신 4차 접종을 하지 못해 면회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B씨는 “이번이 지나면 언제 다시 (접촉 면회가) 가능해질지 몰라 속상하다”고 말했다.

병원의 백신 접종 일정이 미뤄지며 접촉면회를 하지 못하는 요양원도 있다. 충남 아산의 한 병원 소속 요양원은 보건소가 아닌 병원 간호사가 직접 접종을 하는데, 간호사 확진이 계속 발생하면서 백신 4차 접종이 미뤄졌다. 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나야 면회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접종을 서둘러도 이번 면회 기간에 맞출 수 없다. 해당 요양원 측은 “보호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비대면 면회를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최근 ‘암에 걸려서 백신을 맞기가 어려운데 80대 노모를 보고 싶다. 어버이날 면회를 시켜줄 수 없냐’는 안타까운 문의가 왔지만 전파 위험성이 높아서 원칙대로 안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요양병원은 접촉면회 허용 이후 하루 평균 3~4팀이 다녀갔지만 어버이날에만 10팀이 다녀갔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