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막아달라” 국회 청원, ‘이대녀’ 모였다

입력 2022-05-08 17:58 수정 2022-05-08 19:24
국민일보DB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호 공약으로 제시했던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마감 직전 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따라 성립 요건을 채워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됐다.

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달 8일 올라온 ‘여가부 폐지 반대에 관한 청원’은 전날 5만명의 동의를 받고 종료됐다. 해당 청원은 30일간 총 5만명의 동의를 얻게 되면서 추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받게 된다. 국회법은 30일 이내에 5만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청원심사 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상임위원회에서 심사·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글을 올린 청원인은 자신을 성범죄 피해자이자 해바라기 센터에서 도움을 받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해바라기센터는 여가부, 지자체, 의료기관, 경찰청이 협력해 성폭력·가정폭력 등 피해자에게 상담, 의료, 법률, 수사 지원을 하는 기관이다.

그는 “(해바라기 센터 덕분에) 끔찍한 사건을 겪은 직후에도 긴장을 풀고 사건 관련 진술에 도움을 받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해바라기 센터는 피해자의 일상 회복에 가장 큰 노력을 하고 있어 어느 정부 부처보다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에 책임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과거 자신이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두 번이나 했지만 그저 기다려야 했고, 무심한 경찰들에게 2차 가해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며 “해바라기 센터는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신변보호 신청서를 내밀어주고, 모든 지원을 피해자 입장에서 진행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가부가 폐지되면 다른 기관에서 업무를 이관받는다고 하지만, 각 업무가 자리 잡을 때까지 피해자와 각종 취약계층은 이 공백의 불안감을 어떻게 견뎌내야 하나”라며 “피해자의 경직된 마음을 따뜻한 손길로 보듬어주는 부처는 여가부 외에 없다고 생각한다. 여가부를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권 원내대표는 개정안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2001년 특임부처로서 여성부가 처음 신설되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여가부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이전과 많이 달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가부 폐지론의 배경에는 여성 인권을 대변한다는 명목으로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여성단체와 이를 지원하는 여가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쌓였다”고 지적했다.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청소년·가족 부분 정책은 보건복지부로 넘어간다. 그 외 여성 권익증진 등 지위 향상 사무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무는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승계한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7일 새벽만 해도 1만명 대에 그치던 청원 동의 수는 권 원내대표의 발의 사실이 알려지며 급증하기 시작했다. 여초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동의를 독려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단체도 참여를 촉구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그 결과 하루 만에 3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아냈다. 이를 두고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방침에 반대했던 20, 30대 여성들이 결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문화 복제·전파 현상인 ‘밈(meme)’을 일으키며 단시간에 수만명의 참여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