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포화 피해 고려인 50여명 집단 귀국

입력 2022-05-08 17:01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포화를 피해 탈출한 고려인 동포 50여명이 9일과 12일 광주 지역공동체 지원을 받아 집단으로 한국 땅에 발을 딛는다.

8일 광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우선 9일 인천국제공항에 11명의 우크라이나 거주 동포가 귀국한다. 이들은 크림반도를 거쳐 러시아 내륙을 따라 피신한 후 폴란드에 도착, 입국 비자를 받아 국내에 입국하게 됐다.

이들이 거주하던 지역은 개전 초부터 러시아에 점령되었던 ‘엘리토플’에서 30킬로 떨어진 ‘아키모프카’ 지역이다.

이들은 탈출에 나섰으나 우크라이나 북쪽으로 진입할 수 없어 러시아 진영인 크림반도를 지나 러시아 내륙과 리투아니아를 거쳐 폴란드에 도착하는 긴 여정을 거쳤다.

11일 전 크림반도에 도착한 이들은 러시아 내륙을 따라 이동하며 고려인마을과 수시 연락을 통해 항공권 지원을 요청했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고려인마을이 적극 지원에 나섰고, 항공권을 구입 전달해 8일 12시20분 바르샤바공항을 출발, 직항편으로 9일 저녁 6시 25분 인천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루마니아 난민센터와 한인교회에 머물던 고려인동포 38명이 오는 11일 오후 5시 15분 부카레스트 공항을 출발 카타르 도하를 거쳐 12일 오후 4시 55분 인천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이들도 역시 우크라이나 오뎃사와 헤르손에 거주하던 고려인 동포들이다. 갑작스러운 전쟁의 참화를 피해 가방 하나와 신분증, 어린 자녀를 동반한 고단한 피란길에 올랐다.

고려인마을은 우크라나이나 사태가 발생한 직후 광산구 지역공동체와 함께 항공권 지원을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국내외 후원자들이 도움의 손길을 펼쳐 7일 현재 2억9073만 2500원을 모았다.

성금을 기반으로 몰도바와 루마니아, 폴란드, 헝가리, 모스크바로 피신한 260명의 우크라 전쟁난민 고려인동포들에게 항공권을 지원했다.

독립투사 후손들의 마을공동체 광주고려인마을은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국내 최대의 고려인촌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형성된 마을공동체로 7000여명이 거주하는 자치마을로 자리매김했다.

고려인들은 자체적으로 학교와 방송국, 어린이집, 청소년문화센터, 지역아동센터, 합창단, 역사유물전시관, 특화거리, 종합지원센터 등 30개 기관을 운영 중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