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작은 서어나무 심은 이유는…”

입력 2022-05-08 11:12 수정 2022-05-08 12:44
왼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5월 심은 서어나무, 오른쪽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1년 4월 심은 느티나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페이스북 캡처

“노무현 대통령님은 느티나무를 참 좋아하셨는데 이미 김대중(DJ) 대통령께서 느티나무를 심으셨으니 그것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작은 서어나무를 심으신 것이 아닌가 생각돼요. 존중과 배려죠.”

문재인 대통령은 북악산 남쪽 면 개방을 하루 앞둔 지난달 5일 청와대 관저 뒤 백악정에 있는 두 그루의 나무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8일 페이스북에 ‘두 대통령의 나무는 광화문광장을 내려다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글은 박 수석이 연재해 온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 마지막 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5일 김정숙 여사, 참모 등과 새로 조성된 둘레길을 따라 북악산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사진 오른쪽)가 지난달 5일 오후 북악산 남측 탐방로를 통해 청운대 쉼터에 도착해 산행 참석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백악정에 다다른 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이 지난 2001년 4월 심은 느티나무와 노 전 대통령이 2004년 5월 심은 서어나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느티나무는 기세 좋게 자라 백악정의 절반 이상을 덮었고, 서어나무는 한창 자라는 중이라 백악정의 절반이 못 되는 일부만 차지하고 있었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당연히 느티나무를 심으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뜻하지 않게 크기나 세력이 작은 서어나무를 심으셨다”며 “정자 좌우에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서로 뒤얽혀 좋지 않은 환경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임기를 마치는 문 대통령이 두 전임 대통령의 정자목을 ‘존중과 배려’로 말씀하신 이유는 두 나무가 바라보는 광화문이 ‘존중과 배려’ ‘평화와 상생’의 광장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은 두 대통령의 나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은행나무를 심었지만, 다른 역대 대통령의 나무와 함께 이곳에서 광화문을 바라보며 대한민국의 번영과 ‘생명의 광장’을 위해 오래 기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