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은 느티나무를 참 좋아하셨는데 이미 김대중(DJ) 대통령께서 느티나무를 심으셨으니 그것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작은 서어나무를 심으신 것이 아닌가 생각돼요. 존중과 배려죠.”
문재인 대통령은 북악산 남쪽 면 개방을 하루 앞둔 지난달 5일 청와대 관저 뒤 백악정에 있는 두 그루의 나무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8일 페이스북에 ‘두 대통령의 나무는 광화문광장을 내려다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글은 박 수석이 연재해 온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 마지막 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5일 김정숙 여사, 참모 등과 새로 조성된 둘레길을 따라 북악산에 올랐다.
백악정에 다다른 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이 지난 2001년 4월 심은 느티나무와 노 전 대통령이 2004년 5월 심은 서어나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느티나무는 기세 좋게 자라 백악정의 절반 이상을 덮었고, 서어나무는 한창 자라는 중이라 백악정의 절반이 못 되는 일부만 차지하고 있었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당연히 느티나무를 심으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뜻하지 않게 크기나 세력이 작은 서어나무를 심으셨다”며 “정자 좌우에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서로 뒤얽혀 좋지 않은 환경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임기를 마치는 문 대통령이 두 전임 대통령의 정자목을 ‘존중과 배려’로 말씀하신 이유는 두 나무가 바라보는 광화문이 ‘존중과 배려’ ‘평화와 상생’의 광장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은 두 대통령의 나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은행나무를 심었지만, 다른 역대 대통령의 나무와 함께 이곳에서 광화문을 바라보며 대한민국의 번영과 ‘생명의 광장’을 위해 오래 기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