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코로나19 확산 2년간 ‘가계대출 금리’만 올렸다

입력 2022-05-08 06:00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 비해 가계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대출 금리가 소폭 내린 것과는 대조적인데 전염병이 유행하는 기간 은행권이 가계대출 금리만 과도하게 인상한 셈이다.

국민일보가 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국내 예금 은행의 신규 취급 대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2019년 3월 3.50%에서 지난 3월 3.12%로 3년 새 0.38%포인트 하락했다. 대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던 2020년 3월 2.72%, 이듬해 3월 2.52%까지 하락했다가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최근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중소기업대출 평균 금리 역시 지난 3월 3.57%로 2019년 3월 3.84% 대비 0.27%포인트 하락했다. 2020년 3월 3.13%, 2021년 2.88%까지 내렸다가 최근 소폭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을 거치며 기업대출 금리가 하락한 것과 달리 가계대출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아파트 수분양자가 입주 시점에 단체로 받는 집단대출이다. 집단대출 평균 금리는 2019년 3월 3.09%였지만 지난 3월에는 4.35%로 3년 새 1.26%포인트나 상승했다.

이 기간 신용대출의 경우에도 평균 금리가 4.63%에서 5.46%로 0.83%포인트, 주택담보대출은 3.04%에서 3.84%로 0.8%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2019년 3월 대비 지난 3월 평균 금리가 가장 많이 내린 대기업대출과 가장 많이 오른 집단대출의 상승·감소분 격차는 1.64%포인트에 이른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금리만 급격히 올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9년 3월 기준 금리는 1.75%, 지난 3월은 1.25%였다. 기준 금리가 0.5%포인트나 낮은 상황인데도 가계대출 금리는 1%포인트 안팎으로 상승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집단대출·주택담보대출은 기업대출 대비 부실 위험도가 결코 높지 않다”면서 “그런데도 은행권이 가계대출 금리만 집중적으로 인상한 데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이 시행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라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다.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5~6% 선으로 제한하라는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식으로 대응해야 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 시장 가격(금리)을 올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면서 “최근 주요 시중은행이 앞다퉈 금리를 내리는 것은 지난해 과도한 인상분을 정상화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금융 소비자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새 정부는 은행권의 금리 산정 체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개선을 추진하고 현행 3개월인 은행권 예대 금리차 공시 주기도 1개월로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