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8개 특수부대가 ‘최강의 부대’를 가리는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 ‘강철부대2’(ENA채널·채널A 공동제작)는 국내 예능 사상 최초로 실탄사격 미션을 선보였다. 항공기·선박 등을 활용한 초대형 대테러 미션으로 이목을 끌었다. 적군에게 점령당한 항공기에 침투해 국가 기밀을 탈환하는 작전, 항해 중인 선박에 침투해 동력 장치를 무력화시키는 임무 등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미션 준비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수고한 이들이 있다. 특수부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으로 구성된 마스터 3인방이다. 박민형, 안웅태, 채병덕 마스터를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만났다. 세 사람은 각각 해병대 특수수색대대(안웅태), 제707특수임무단(채병덕), 공군 특수탐색구조대대(박민형)를 전역했다. 오랜 군 생활로 인해 체격이 다부졌다. 웃고 있을 때도 눈빛과 자세 등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미션은 제작진이 주로 기획하고, 마스터들은 디테일을 손본다. 미션이 작전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데 적절한지, 실현 가능한지, 안전 문제는 없는지 등을 점검한다. 현장 답사와 시뮬레이션도 한다. 촬영 전까지 준비에 한 달가량 걸렸다. “예능과 다큐멘터리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 고민했어요. 너무 얼토당토않은 서바이벌 게임이 되지 않도록 실제 훈련과 접목하려고 했죠.” (채 마스터) “너무 방송처럼 찍어버리면 훈련의 목적이 사라지고, 너무 훈련처럼 해버리면 국방 다큐멘터리가 돼버리니까 그 사이에서 조절해나갔죠.” (안 마스터)
100㎏ 통나무 끌기, 400㎏ 타이어 뒤집기 등은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미션이었다. 가학적이라는 비판도 일부 있었으나 마스터들은 나름의 기준에 따라 미션을 짰다고 했다. 400㎏ 타이어 뒤집기에 대해 안 마스터는 “실제 작전에 나갔을 때 옮겨야 하는 인질이나 부상자의 무게를 가늠해보면 소지한 무기까지 합해 약 100㎏이 된다”며 “타이어 뒤집기를 4명이 하니까 400㎏ 정도면 변별력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100㎏ 통나무 끌기에 대해선 “그 정도 무게의 체인이나 고무 펜더를 끌고 작전지역에서 퇴출하는 훈련이 실제 있다”고 덧붙였다.
대테러 미션은 총상을 최소화면서 가장 빠르게 임무를 수행한 팀이 이기는 방식이다. 일명 ‘타임어택’(Time Attack)인데, 실제 작전에서도 시간이 중요할 때가 있다. “인질이나 VIP를 구출하는 작전에서는 늦게 침투할수록 이들이 사망할 확률이 커져요. 인질의 안전이 우선순위가 되면서 가능한 더 빨리 진입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게 돼요.” (안 마스터)
모든 서바이벌이 그렇듯 미션에서 공정성이 가장 중요했다. 모든 부대가 똑같은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설정하려 애썼다. 그러나 자연 현상으로 인한 변수는 어쩔 수 없었다. 100㎏ 통나무 끌기의 경우 마스터들이 사전 답사를 했을 때보다 눈이 많이 오는 바람에 대원들이 미션을 더 어렵게 느꼈다.
다만 공정성이 생명인 스포츠 경기와 차이는 둬야 한다고 봤다. 방송 초반에 방영된 참호격투가 다소 논란이 됐다. 부대별로 8명의 대원이 격투를 벌이는데, 일부 부대가 동맹을 맺고 나머지 대원들을 탈락시켜 공정성 시비가 붙었다. 게임 규칙상 8명 중 3명만 살아남으면 됐기 때문에 동맹이 생긴 것이다. “전쟁터에서는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룰에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안 좋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봐요. 이걸 너무 스포츠맨십을 기대하면서 보니까 그런 건데, 기지를 발휘하는 거라고 봐야죠.” (안 마스터)
마스터들이 가장 준비하기 어려웠던 미션은 실탄사격이었다. 채 마스터는 “자칫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위험부담이 가장 컸다. 제작진도 그때 가장 예민했다”고 회상했다.
마스터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탈락 부대를 지켜볼 때였다. “현장에서 보면 대원들은 카메라에 잡히는 것보다 훨씬 더 열심히 미션에 임했어요.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안 된 거라면 실력이 아닌 운이 안 따라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안 마스터)
탈락한 대원들이 “선배들에게 미안하다”며 기죽어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했다. “경쟁을 하다보면 탈락할 수도 있잖아요. 그 부대가 약해서 진 게 아닌데 대원들의 어깨가 무거웠던 것 같아요.“ (채 마스터)
막상 현장에선 대원들과 인사 한번 하지 못했다. 마스터로서 공정함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형으로서, 선배로서 지나가다가 어깨 한 번 다독여주면서 응원하고 싶었는데 그것도 못 했어요. 떨어지고 나서야 ‘고생했다’며 위로했어요.” (안 마스터)
방송 출연이라곤 하지만 세 사람은 대부분 선글라스를 끼고 있거나 얼굴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강철부대2’로 인해 일상생활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다. 마스터로서 ‘강철부대2’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각자 달랐다. 현직으로 해양경찰특공대에서 일하는 안 마스터는 부대에서 제의를 받고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스카이다이빙 강사인 박 마스터는 ‘강철부대’에서 미션 진행을 맡고 있는 최영재 마스터의 권유를 받았다. 채 마스터는 최 마스터와 군 생활을 같이했다. 그 역시 최 마스터의 권유를 받았다.
이들은 ‘강철부대2’에 함께 하면서 보람도 느꼈다고 했다. 제대한 지 4년이 된 박 마스터는 “젊은 대원들의 패기와 열정에 매료됐다”며 “나도 옛날에 가졌던 투지가 다시 차올라서 좋았다”고 전했다. 채 마스터는 “(각 부대에서도) 기존에 해왔던 훈련만 하다가 ‘강철부대’를 보고 다른 부대 훈련을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훈련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마스터는 “‘강철부대’를 통해 군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아졌고 특수부대 지원자도 많아졌다고 들었다”며 “군대에서 고생하는 장병들, 용사들도 지금 시간이 헛된 게 아니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