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탄도미사일 쏘고도 ‘전략적 침묵’…尹정부 향해선 “시작부터 말썽”

입력 2022-05-05 17:24 수정 2022-05-05 20:06

북한이 4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도 이튿날 관영 매체를 통해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례적인 침묵이다. 주목도를 높여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침묵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북한은 미사일 발사 다음 날 관영 매체를 통해 전날 발사의 성격을 규정하고 평가하면서 발사 장면 사진을 공개해 왔다. 하지만 5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전날 이뤄진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특히 전날 쏜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다음 날 보도가 나오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북한은 ICBM을 발사하고도 실패했을 때는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3월 16일 신형 ICBM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쐈지만 초기 단계에서 공중 폭발했고, 이튿날 관영 매체는 발사 실패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군 당국은 4일 발사를 ‘실패’로 판단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과 정보당국은 전날 탐지된 제원을 바탕으로 북한이 함구하는 의도 등을 정밀 분석 중이다. 특히 발사체가 ‘이상 궤적’을 그린 것과의 관련성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이상 궤적이 인위적 폭파 또는 자연 폭파의 결과일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략적 침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조만간 추가 발사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면서 “몰아치기식 보도를 위해 이번 건은 일부러 보도를 안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미사일을 추가 발사한 뒤 묶어서 보도함으로써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1월 28일에도 장거리순항미사일과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성공을 묶어서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순항미사일은 1월 25일, 탄도미사일은 27일 발사됐었다.

단순한 기술 시험 차원의 발사였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미 검증된 성능을 확인하는 수준의 발사였다면 이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게 큰 실익이 없을 수 있다. 또 일각에선 군사적 긴장 고조를 바라지 않는 중국의 영향이 있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북한 선전매체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에서 새로 권력의 자리에 올라앉게 되는 윤석열의 행보가 시작부터 말썽거리, 비난거리로 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한 인물들만 보더라도 동족 대결, 친미 사대분자로 소문이 자자한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 이종섭과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인 박진, 권영세”라고 일일이 언급했다.

윤 당선인을 겨냥해선 “선제타격, 주적과 같은 망언으로 경악을 자아내고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바쁘게 한·미동맹 강화를 읊조리며 대결 광기를 부려댄 윤석열”이라고 맹비난했다.

다른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도 “윤석열이 새 정부의 요직들에 들여 앉히겠다고 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리사욕 추구에 이골이 난 자들”이라며 “이런 인물들에게 한자리씩 주겠다고 하는 윤석열이야말로 부정부패의 왕초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