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노키즈존, 급식(충), 잼민이, ~린이 등 한국 사회에 만연한 아동 혐오·차별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정치하는엄마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시민단체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한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기자회견장에서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아동·청소년이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라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어린이 혐오와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노키즈존’(영유아와 어린이가 있는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에 대해 “아동과 양육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2017년 국가 인권위원회가 합리적 사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아동을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곳곳에 늘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은 “100년이 지난 지금 방정환 선생이 ‘노키즈존’을 본다면 뭐라고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급식(충)’ ‘잼민이’ 등과 같은 단어를 아동 혐오 표현으로 보고 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오은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방정환 선생이 고심해서 제안한 어린이라는 말이 어떤 일에 미숙한 이들을 일컫는 말로 변질됐다”며 “어린이를 어른들의 부속물, 미래의 꿈나무로 취급하는 상황에서 어린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초등학생 3명이 발언자로 나섰다. 김나단 어린이는 “조용히 해야 하면 조용히 하자는 규칙을 써 달라”라며 “노키즈존은 어린이에게 차별”이라고 말했다. 또 “어른들도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아직 배우는 중이지 않느냐”고 발언했다.
이지예 어린이는 “어린이도 예쁜 식당에서 밥 먹고 싶다”며 노키즈존을 없애 달라고 말했다. 김한나 어린이도 “나중에 어른들을 못 들어오게 할지 모른다”며 “우리에게 나쁜 걸 가르쳐주지 말라”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발달장애아동, 난민아동, 이주배경아동, 빈민아동, 성소수자아동 등 다양한 정체성의 아동들은 출입을 금지당하거나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 되는 복합차별을 겪고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황서량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