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는 나라는요…” 어린이 마음속 한국사회

입력 2022-05-05 00:05 수정 2022-05-05 00:05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공개수업이 열린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들이 직접 만든 '어린이헌장'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아프시면 돈이 없어도 무료로 병원을 다닐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장애인들도 행복한 삶을 누리고 살 수 있도록 만들래요.” “길고양이를 보살펴 줄 거에요.”
“기후 위기를 막을 거예요.” “북한과 통일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어요. 전쟁이 무섭거든요.”
“일주일 정도 학원을 쉬게 만들고 학생들한테 자유를 주고 싶어요. 어른들도 4일 정도 일을 쉬게 하고요.”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초등학교 4~6학년생의 답변들이다. 아이들은 차별 없이 평화로우며, 어렵고 약한 이를 돕는 사회, 아이가 아이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라고 있었다.

이 조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어린이날 100주년을 앞두고 전국 초등학교 4, 5, 6학년 어린이 1841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5~29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2022 어린이 생활과 의견 조사’의 일부다.

‘대통령이 되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어린이들의 주관식 답변을 키워드로 구분해 보면 ‘차별 없는 나라’를 언급한 어린이가 245명으로 가장 많았다.

아이들의 답변은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과도 일맥상통했다. 설문에 응답한 아이들 10명 중 3명(30.1%)은 우리 사회에 ‘빈부에 따른 차별’이 있다고 인식했다. ‘우리 사회에 장애인 차별이 있다’는 답변은 32.5%로 더 높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이 같은 인식의 비중이 48.3%로 훨씬 높게 나타났다.

다만 성차별 인식과 관련해서는 64.7%가 ‘우리나라는 성차별이 없다’고 답했다. 남녀 어린이 간에 차이는 3% 포인트 정도로 거의 없었다.

응답자의 37.1%는 ‘우리나라는 전쟁의 위험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 세계적 위기의식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후 위기와 관련한 인식도 높았다. 어린이 24.5%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한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홈페이지 캡처

‘어린이 존중’ 부문에서는 어린이 10명 중 9명이 가정(92.2%)과 학교(91.0%)에서 존중받는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사회(75.4%)와 사이버 환경(64.1%)에서는 그 비율이 낮아졌다. 어린이들은 온라인 게임 등을 할 때 나이가 어릴수록 존중받지 못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28%의 어린이는 욕설 등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폭력을 행사한 대상은 친구(20.8%), 형제자매(9.2%), 아버지(3.5%), 어머니(3.2%) 순이었다. 기타 응답으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욕설’이 꼽혔다.

전교조는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온라인 게임 등에서 욕설을 주고받는 문화에 대한 사회적 대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서민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