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마저 무용지물…국힘, 거야 견제책 ‘국민투표’ 입법 보완 나서

입력 2022-05-04 18:1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후 강원도 원주 부론산업단지를 방문해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소수 정당의 마지막 저항 수단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회기 쪼개기’ 전략에 무력화됐다. 이에 정권 초기부터 ‘무력한 여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국민의힘은 타개책으로 국민투표 입법 보완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관계자는 4일 “최소한 향후 2년간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며 “168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국민투표를 빨리 정리해 하나의 현실성 있는 견제 수단으로 쥐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를 여소야대 상황에서 필리버스터를 대체할 수 있는 거대 야당 압박 수단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2024년 4월 10일에 실시되는 총선까지 소수 여당이 쥐고 갈 무기 중 하나로 국민투표를 택한 셈이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현재 소수 여당은) 팻말 들기나 필리버스터 외에는 아무것도 못한다”며 “앞으로 이 정권이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면 지지층마저 무력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윤 당선인 측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처리에 맞서 ‘검수완박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현재로선 국민투표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문제는 국민투표법 중 재외국민 투표에 관한 부분이다. 국민투표법 14조 1항에 따르면 국민투표 공고 시점에 한국에 주민등록을 해 놓았거나 재외국민이어도 국내에 거소 신고가 돼 있어야 투표인 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7월 이 조항이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법 개정 시한인 2015년 말까지 입법 보완이 이뤄지지 않아 이 법은 201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잃은 상태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그동안 국회가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며 국민투표 입법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으니 민주당이 반대할 명분도 적다고 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의원 등을 중심으로 입법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 의원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대통령령 개정도 검토했으나, 무리하게 추진을 해 혼란을 발생시키는 것보다는 법 개정을 통해 나중에 국민투표가 논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