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채권 동반 부진에 리츠, 원자재에 몰리는 투자자들 [포켓머니]

입력 2022-05-05 06:00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하는 현상) 조짐으로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이 동시에 부진하자 리츠, 원자재 등 대체투자처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체 구성 종목의 70%가 리츠로 설계된 ‘리츠인프라·우선주 혼합지수’는 지난달 3.2% 상승해 테마지수 등락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27% 하락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운영하고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투자회사다.

코스피가 2600대로 급락한 뒤 박스권에 머물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리츠인프라·우선주 혼합지수 상장 종목의 거래대금도 증가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월 984억7300만원에서 지난달 1280억7000만원으로 30% 증가했다. 원유 농산물 등 원자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2월 이후에만 25% 이상 오르며 상승률 상위 10위권에 포진했다.

최근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이 동반 부진하면서 대체투자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과거에는 경기와 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는 주식을, 하락 국면에는 채권 비중을 높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물가가 급등하면서도 경기가 둔화하는 양상이 펼쳐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을 본격화하면서 주식과 채권 모두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상승으로 자산 배분에서 채권의 효용은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채권 가격 하락, 주식 할인율 상승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작용해 전반적인 자산 배분 성과를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인플레이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자산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다. 리츠도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지만 보유한 부동산의 임대료를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배당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유리한 지점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오피스텔 등 공실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점도 리츠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츠는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자산을 가지고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을 임대료에 반영하기 때문에 리츠의 영업수익이 증가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원자재는 대체투자자산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낸 부문이다. 세계적인 원유 및 곡물 생산 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하며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영향이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대러시아 제재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원유 가격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시장에서는 하반기에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내외에 머무를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