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주원(45)이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 ‘레베랑스’를 선보인다. 레베랑스는 발레에서 무용수들이 관객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하는 것을 가리킨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를 거쳐 퇴단 이후에도 발레는 물론이고 방송,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주원은 25년 동안 무대에 선 자신과 늘 지지해준 팬들에게 레베랑스를 전할 예정이다.
6월 9~1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레베랑스’는 김주원의 작품 세계를 집대성한 무대가 될 예정이다. ‘해적’ ‘지젤’ ‘빈사의 백조’ 등 클래식 발레는 물론 ‘탱고 발레-3 Minutes : Su Tiempo’ ‘사군자-생의 계절’ ‘Dear Moon’ 등 김주원이 직접 제작한 작품 그리고 이번에 이정윤 등 안무가에 의뢰해 새로 창작한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김주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내 몸이 점점 노쇠해 가는 걸 느낀다. 하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서라도 춤을 출 수 있을 때까진 춤추고 싶다”면서 “이번 무대는 제 25년간의 여정에 함께해준 분들에게 감사 인사 드리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199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한국 발레계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백조의 호수’ ‘지젤’ ‘해적’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보여준 섬세한 연기력과 우아한 포르 드 브라(상체 움직임)는 그의 트레이트마크였다. 2006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당스 상을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슈투트가르발레단 수석무용수였던 강수진(현 국립발레단장)에 이어 두 번째다.
2010년 댄스 뮤지컬 ‘컨택트’의 여주인공과 2011년 TV 예능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심사위원으로 대중에 성큼 다가선 그는 2012년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국립발레단을 떠나 보다 다양한 장르나 스타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2013년 성신여대 교수로 부임해 학생을 가르치는 한편 프리랜서 발레리나로서 다양한 장르에서 쉼 없이 활약하고 있다. 특히 무용수로서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을 가리지 않고 여러 안무가와 협업하고 있다. 또한, 직접 예술감독 겸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무대를 선보여 왔다.
김주원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2: 아디오스’에서 여성 멤버 오마라 포르투온도(92)가 ‘노래는 내 삶이다. 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노래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면서 “나 역시 ‘춤은 내 삶이다.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춤추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번 25주년 기념 공연은 앞으로도 춤을 추겠다는 약속의 자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 25주년 기념공연에서 김주원은 무용수로서 춤추는 것 외에 자신의 삶에 대해 직접 나레이션으로 관객에게 들려줄 예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뷰 등에서 나이를 밝히지 않으려던 김주원이 보도자료에서부터 한국 나이 46세라는 것을 당당히 밝힌 것을 볼 때, 이번 공연은 김주원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될 것 같다. ‘젊음의 예술’로 불리는 발레에서 나이 들어가는 것은 무용수들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김주원은 그런 고민의 시기를 지나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는 편안함을 얻은 것 같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