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주원 “몸의 노화 느끼지만 계속 춤추고 싶다”

입력 2022-05-04 16:38
발레리나 김주원이 지난해 예술감독까지 맡았던 '사군자-생의 계절'에서 연습하고 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김주원의 25주년 기념공연 '레베랑스' 포스터. 김주원 페이스북

발레리나 김주원(45)이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 ‘레베랑스’를 선보인다. 레베랑스는 발레에서 무용수들이 관객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하는 것을 가리킨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를 거쳐 퇴단 이후에도 발레는 물론이고 방송,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주원은 25년 동안 무대에 선 자신과 늘 지지해준 팬들에게 레베랑스를 전할 예정이다.

6월 9~1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레베랑스’는 김주원의 작품 세계를 집대성한 무대가 될 예정이다. ‘해적’ ‘지젤’ ‘빈사의 백조’ 등 클래식 발레는 물론 ‘탱고 발레-3 Minutes : Su Tiempo’ ‘사군자-생의 계절’ ‘Dear Moon’ 등 김주원이 직접 제작한 작품 그리고 이번에 이정윤 등 안무가에 의뢰해 새로 창작한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김주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내 몸이 점점 노쇠해 가는 걸 느낀다. 하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서라도 춤을 출 수 있을 때까진 춤추고 싶다”면서 “이번 무대는 제 25년간의 여정에 함께해준 분들에게 감사 인사 드리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199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한국 발레계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백조의 호수’ ‘지젤’ ‘해적’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보여준 섬세한 연기력과 우아한 포르 드 브라(상체 움직임)는 그의 트레이트마크였다. 2006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당스 상을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슈투트가르발레단 수석무용수였던 강수진(현 국립발레단장)에 이어 두 번째다.

2010년 댄스 뮤지컬 ‘컨택트’의 여주인공과 2011년 TV 예능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심사위원으로 대중에 성큼 다가선 그는 2012년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국립발레단을 떠나 보다 다양한 장르나 스타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2013년 성신여대 교수로 부임해 학생을 가르치는 한편 프리랜서 발레리나로서 다양한 장르에서 쉼 없이 활약하고 있다. 특히 무용수로서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을 가리지 않고 여러 안무가와 협업하고 있다. 또한, 직접 예술감독 겸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무대를 선보여 왔다.

김주원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2: 아디오스’에서 여성 멤버 오마라 포르투온도(92)가 ‘노래는 내 삶이다. 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노래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면서 “나 역시 ‘춤은 내 삶이다.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춤추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번 25주년 기념 공연은 앞으로도 춤을 추겠다는 약속의 자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 25주년 기념공연에서 김주원은 무용수로서 춤추는 것 외에 자신의 삶에 대해 직접 나레이션으로 관객에게 들려줄 예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뷰 등에서 나이를 밝히지 않으려던 김주원이 보도자료에서부터 한국 나이 46세라는 것을 당당히 밝힌 것을 볼 때, 이번 공연은 김주원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될 것 같다. ‘젊음의 예술’로 불리는 발레에서 나이 들어가는 것은 무용수들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김주원은 그런 고민의 시기를 지나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는 편안함을 얻은 것 같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