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 수사 검사 비난하는 기자회견문도 썼다

입력 2022-05-04 16:20
계곡 살인사건 의혹 피고인 이은해(왼쪽)씨와 공범 조현수씨. 인천지검 제공

남편 윤모씨를 계곡에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해(31)씨가 도피 과정에서 수사 검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문도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씨와 공범 조현수(30)씨는 자신들의 사건을 맡은 인천지검 주임 검사가 인사 이동을 할 때까지 도피 생활을 계속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검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문을 써서 보관하는 등 검찰 수사와 향후 재판에도 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문치영 SBS ‘그것이 알고싶다’ PD는 “이씨가 지인에게 ‘언론사 기자를 불러 입장을 피력한 뒤 경찰에 자수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천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창수)는 이날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이씨와 조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씨가 윤씨와 교제를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11년이라고 파악했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윤씨에게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판단했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판단력을 잃게 함으로써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다.

6000만원 상당 연봉을 받던 윤씨는 이씨와 결혼한 뒤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불법 장기매매를 하겠다는 글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윤씨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직장 동료에게 3000원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씨에게는 찢어진 신발을 보여주며 신발을 사달라고 하거나 전기요금을 내달라는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는 사망하기 5개월 전인 지난 2019년 1월에는 조씨에게 “은해에게 쓰레기란 말 안 듣고 싶다. 은해가 짜증내고 욕할까 봐 무섭다”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씨는 윤씨가 사망한 당일 계곡물로 뛰어들지 않으려고 하지 “내가 대신 뛰겠다”며 다이빙을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든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일부러 구조를 하지 않는 식으로 살해했을 때 적용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닌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씨 등은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서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씨가 구속영장실질심사 때 판사에게 제출한 2장짜리 자필 진술서에도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