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제 소방관의 날’ 들려온 새내기 소방공무원의 비극

입력 2022-05-04 15:41
지난달 29일 경기도 의정부시 자일동의 한 대형식당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새내기 소방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알려진 4일은 전 세계 소방관의 노고와 헌신에 감사하는 ‘국제 소방관의 날’이기도 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날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1월 경기도 과천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에 임용된 소방 공무원 A씨(24)가 지난달 27일 교대 근무를 마친 뒤 경기도 자택 인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했다. A씨는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남긴 유서에서 우울증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경위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본부 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유서를 봤을 때는 평소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것은 조사를 진행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변 동료 간 관계는 어땠는지 이런 것들을 모두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가 근무했던 과천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관계자는 직장 내 갑질 및 괴롭힘도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 관계자는 “직장 내 갑질 등과 관련한 소문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정확하고 구체적인 상황이 있어야 해서 관련 상황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면서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 하루 이틀 안에 조사가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A씨의 동료들은 그가 임용된 지 4개월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측은 “임용 후 3년, 5년 정도 지난 소방 공무원들은 끔찍한 장면을 워낙 많이 보기 때문에 업무 상 어쩔 수 없이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지만, 4개월 된 새내기 소방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직장 내에서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 “깊이 있는 조사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징계 대상에게는 강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