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게 성장했지만, 기대 못 미쳤다… ‘카카오톡 대수술’ 예고

입력 2022-05-04 14:24 수정 2022-05-04 16:12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의 홍은택(사진 왼쪽부터), 김성수 공동 센터장과 카카오 남궁훈 신임 대표. 카카오

카카오가 올해 1분기 코로나 팬데믹 수혜 감소, IT 업계 인건비 상승 여파로 시장 전망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카카오는 그동안 사업 핵심축이었던 카카오톡을 대대적으로 수술해 성장 둔화 우려를 불식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1% 늘어난 1조65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전 분기보다 8%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7%, 전 분기 대비 49% 늘어난 1587억원을 올렸다. 이번 실적은 시장 전망치인 매출 1조7403억원, 영업이익 1616억원을 밑돌았다.

플랫폼 사업은 하반기로 갈수록 좋은 실적을 올리는 특성을 갖는다. 그럼에도 카카오의 분기 매출액이 직전 분기보다 감소한 건 2020년 1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IT업계 인건비 상승, 팬데믹 수혜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톡비즈 사업의 비수기 영향, 인건비 상승 등의 비용으로 시장 컨센서스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성장 둔화가 본격화한다고 우려한다.

부문별로 보면 ‘둔화’ 흐름은 더 뚜렷하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12% 줄었다. 톡비즈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 감소했다. 포털비즈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3% 낮아졌다. 플랫폼 기타 부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2% 줄었고, 콘텐츠 부문 매출도 전 분기 대비 2% 감소했다. 그나마 스토리 매출은 카카오페이지의 원작드라마 ‘사내맞선’을 앞세워 플랫폼 거래액을 늘리는 동시에 일본 만화플랫폼 운영사 카카오픽코마의 신규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전 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카카오는 그동안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던 카카오톡이 사업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로 이용자들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수십 번 넘게 카카오톡에 접속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이게 한계”라면서 “카카오톡은 채팅 외에도 많은 서비스를 준비했으나 대화하기로 마음먹고 들어와 목적이 달성되면 바쁘게 앱 밖으로 나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조금 더 가볍게 느끼는 서비스로 만들 수 있도록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국내에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보고, 비(非)지인 영역과 글로벌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대변화’를 예고했다. 카카오톡을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오픈 채팅 서비스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남궁 대표는 “한글 기반 카카오톡 이용자 5000만명은 전 세계 1% 불과한데, 카카오는 이러한 1%에서 99%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재현 투자거버넌스총괄 부사장도 “올해를 글로벌 진출의 원년으로 삼아 세계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