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찰청 차장검사)가 4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강행된 것을 두고 “국민의 한사람으로 분노가 치미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박 직무대리는 이날 오전 검찰내부망에 사직인사를 올려 “자랑스럽고 행복했던 검사의 길을 이제 마무리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여야가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한 직후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었다. 하지만 김오수 검찰총장 또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상태라 차장검사인 그가 검수완박 입법 저지를 위해 지휘부 공백에 대응해왔다.
박 직무대리는 “대검 마약과장이 마지막이고 이후에는 미련 없이 다른 길을 가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12년이나 더 보너스같은 삶을 살면서 참으로 과분한 은혜를 받았다”고 27년 검사인생의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평상시라면 비록 아쉽긴 하지만 홀가분한 심정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지만 제가 평생을 바친 검찰이 지금처럼 크나큰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먼저 떠나게 되어 너무도 미안하고 착잡한 심경”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의 처리과정을 두고 “국민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오로지 자신들의 방패막이를 만들고자 꼼수를 강행하는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검사로서뿐만 아니라 국민의 한사람으로 분노가 치미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직무대리는 “뚜렷한 논리나 충분한 논의도 없이 절차마저 어겨가며 독단적으로 추진되는 입법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극심한 자괴감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직을 내려놓는 것 말고는 달리 저항하고 책임질 방법이 없다”고 운을 뗀 박 직무대리는 그럼에도 “검찰 구성원 한명 한명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진정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있으리라 믿고 또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사직인사는 “이제 모두 화합하며 불의에 맞서는 당당한 검찰을 응원하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부산 출신인 박 직무대리는 한양대 법대를 졸업했고 사법연수원을 24기로 수료했다. 1995년 임관해 마약전담검사의 길을 걸었고, 대검찰청 마약과장·조직범죄과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6월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임명됐으나 지난달 다른 고검장들과 함께 검수완박 입법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 표명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