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고발사주’ 尹·한동훈 불기소…손준성 검사만 기소

입력 2022-05-04 11:59 수정 2022-05-04 13:29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해 ‘고발 사주’ 의혹으로 8개월간 수사를 벌였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대선 정국을 뒤흔든 수사였지만 의혹의 시발점이었던 손준성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일부 혐의만 확인했다. 윤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나머지 사건 관계인의 연관성은 밝혀내지 못했다.

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수사팀(주임 여운국 차장검사)은 4일 지난 2020년 4월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입건된 윤 당선인을 무혐의 처분했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만 공수처법상 기소 대상이 아닌 김 의원은 검찰에 이첩했다. 함께 입건된 한 후보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검사 3명도 무혐의 처분했다.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4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선거개입사건, 일명 '고발사주' 의혹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도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는 직권남용 혐의는 무혐의 처분하고 나머지 범죄는 공수처법상 수사대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검찰로 단순 이첩했다. 사실상 무혐의 처분이다.

손 검사(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와 김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은 2020년 4월 총선 직전 고발을 통해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열린민주당 후보) 등 여권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로 공모하고, 여권 인사 다수에 대한 두 차례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지 일주일 만에 손 검사와 사건 발생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인을 피의자로 입건해 전격 수사에 착수했다.

손 검사에게 적용된 죄명은 공무상비밀누설, 공직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다.

공수처는 김 의원에 대해선 공직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전자정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지만, 사건 당시 총선에 출마하려던 민간인 신분이어서 공수처법상 사건을 검찰로 이첩했다.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4일 공수처 브리핑실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수사결과 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는 주요 수사 혐의 중 하나였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의혹을 받았던 수정관실 공무원들이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문제의 고발장 작성자는 끝내 특정하지 못했다.

공수처는 대검 수정관실 내부 판결문 검색기록과 검찰 메신저 기록 등을 토대로 손 검사가 소속 공무원들에게 지시해 판결문을 검색·출력하도록 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지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공수처는 이 사건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문제의 고발장과 판결문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손 검사→김 의원→조씨 순서로 전달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김 의원과 조씨의 통화녹취록 등을 통해 손 보호관과 김 의원이 공모해 윤 당선인과 가족, 검찰 조직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려고 한 점, 최 의원 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