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 게 없다”… 버티는 정호영 운명, 尹에 달렸다

입력 2022-05-04 06:19 수정 2022-05-04 10:10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회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가족 장학금 혜택’ 등 논란 끝에 결국 낙마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로 향하고 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아빠 찬스’ 논란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면서도 “도덕적·윤리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자진사퇴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국민의힘 내부는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 여론 반응을 살펴 판단하자는 기류다. 더불어민주당이 정 후보자 관련 의혹을 ‘제2의 조국 사태’로 규정한 만큼 국민의힘도 쉽사리 강행 일변도로 나가긴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될 경우 낙마한 김 후보자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정 후보자가 “저는 나온 게 없다”고 말한 것처럼 ‘버티기’ 입장을 고수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 “국힘 내부서도 사퇴 언급… 수사 필요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후보자는 국민의힘에서조차 자진사퇴를 건의하고 있다”며 “김 후보자처럼 이제는 즉각 (버티기를) 중단하라. 굳이 정 후보자를 재검증해야 하는 청문위원들의 고충도 크다”고 사퇴를 압박했다.

같은 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답변 태도가 불량하고 의혹 관련 제출이 늦었다고 문제 삼으며 중도에 집단 퇴장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아침부터 지금까지 청문회를 하면서 자료 미제출과 불량한 답변 태도로 더 이상 우리가 밝혀낼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밝혀지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청문회 진행을 중단했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민석 위원장은 자당 의원들의 퇴장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후보자가 지금까지의 자료 제출과 오늘 답변에서 불만족(스럽게 한 것)이 상당히 작용한 것은 후보자 자신도 인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힘 의원들도 “잘못됐다”… 한덕수 후보자 “상황 보겠다”
정 후보자는 적극 방어에 나서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그는 특히 자신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비교하며 질의하는 민주당 의원을 향해 “제가 다른 분이랑 왜 비교가 돼야 하는 줄 모르겠다”며 “저는 나온 게 없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조 전 장관 딸의 경우 표창장 위조 등 명백한 불법 사실이 있었으나 정 후보자 자신은 그런 게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 사이에서도 정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강기윤 의원은 “법적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후보자의 자녀 두 분이 왜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느냐. 굉장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달곤 의원도 “우리나라에는 오랫동안 상피제도가 있었다. 부끄러운 것은 피한다는 문화와 전통이 있다”고 꼬집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 답변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정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 측 경질 제안 요구에 “상황을 판단해 보겠다. 오늘 청문회를 했으니 결과를 종합적으로 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여론의 추이를 살펴 판단하겠다는 취지였다.

한 후보자는 정 후보자의 제청과 관련해 “상세한 검증에는 사실 현실적인 제약이 조금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런 점에서 국민께 송구스럽다”며 한발 물러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 “尹 의중에 달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후 오찬 일정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내부는 “결국 윤 당선인의 의중에 달렸다”는 분위기다. 현행 인사청문 제도상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통령은 재송부 요구 절차만 거치면 국회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밀어붙일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저지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나온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우리가 해야 할 개혁이 굉장히 많은데 이렇게 하나씩 발목 잡히기 시작하면 그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최고위원은 수차례 정 후보자의 사퇴를 언급해 왔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의 임명을 법적으로 막을 권한이 없는 만큼 국회 인준이 필요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본회의 표결을 이와 연계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강행할 수 없는,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구해야 하는 후보”라며 “여러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서까지 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를 과연 구할 수 있을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