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이자 배구선수였던 안은주(54)씨가 12년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3일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투병 중이던 안씨가 PHMG 살균제 후유증으로 이날 오전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사망 신고자는 1774명이 됐다.
배구선수 출신으로 코치와 심판으로도 활동했던 안씨는 지난 2011년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하다 쓰러져 원인 미상의 폐 질환 진단을 받았다. 안씨는 2015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폐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상태가 나빠져 지난 1일부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2015년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 대책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운동에 꾸준히 앞장서 왔다. 병세가 악화해 산소 발생기를 착용하면서도 손글씨를 통해 피해 상황을 외부에 알려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옥시와 애경이 가습기살균제 조정안을 거부해 최소한의 피해 지원까지 물거품이 된 상황에서 안씨가 사망해 너무나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씨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제정된 이후 긴급구제지원대상으로 선정됐고 피해구제자로 인정됐지만 옥시 측으로부터 아무런 배·보상도, 직접적인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낮 1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추모식을 진행하고 옥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5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 사실을 증언하던 안씨의 생전 사진 앞에 국화꽃과 ‘옥시 불매’ 손팻말이 놓여 있다.
앞서 가습기살균제 조정위원회는 피해보상 조정안을 제품 판매 기업 9곳에 제시했지만 옥시와 애경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조정위는 설득을 이어왔지만 옥시와 애경은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