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딸 편입 논란 “만점자 여럿” 해명…사실 아녔다

입력 2022-05-03 21:13 수정 2022-05-03 21:14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들으며 눈을 감은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딸의 의대 편입 구술평가 특혜 의혹에 대해 해명했던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3일 드러났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딸 의대 편입 당시 같은 고사실 구술평가에서 여러 명의 만점자가 나왔다고 했는데 나머지 만점자들은 다른 고사실에서 나왔다’고 지적하자 “사과 말씀드린다. 고 의원님 설명이 맞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앞서 정 후보자의 딸이 의대에 편입할 당시 구술평가 심사를 정 후보자의 논문 공저자들이 맡았으며, 딸이 만점을 받아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 후보자 측 인사청문준비단은 이에 대해 “구술평가 점수는 정답이 정해져 있어 만점이 나올 수 있고, 다른 만점자도 있었다”면서 정 후보자 딸이 특별히 만점을 받았다는 보도는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고 의원이 ‘다른 만점자들을 평가한 심사위원과 정 후보자의 딸을 평가한 위원이 같은 인물이 아니다’고 지적하자 일단 “그 방(딸과 같은 고사실)에서 (만점자가)나왔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고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평가위원 중 한 명인 박태인 경북대 의대 부학장을 상대로 정 후보자의 딸이 응시했던 날 응시자 수와 고사실 수 등을 확인한 끝에 “나머지 만점자는 다른 사람들이 평가한 것”이라고 재차 지적하자 정 후보자의 입장도 달라졌다.

“확인하고 말씀드리겠다”던 정 후보자는 이후 발언권을 얻어 “사과 말씀드린다. 말씀하신 평가위원은 (딸을 평가한 위원과) 동일인이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다만 “(인사청문준비단이) 기자들에게 설명한 것에는 잘못이 없었고, 제가 동일인이라고 한 것을 정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이후 잘못된 답변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고 의원의 질문에 “잘못된 답변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의원님 얘기를 들어봐야 알겠다” “질문을 하시면 되지 않나” 등으로 답변해 태도에 대한 항의를 받았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 후보자가 제출한 아들의 MRI 자료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의원들은 결국 이날 저녁 정 후보자의 아들 의혹 관련 자료 제출 지연과 불량한 답변 태도 등을 문제 삼으며 청문회장을 집단 퇴장했다.

고 의원은 정 후보자 아들의 2017학년도 경북대 의대 학사편입 지원 서류를 뒤늦게 제출받아 확인한 결과 불합격했던 2017학년도와 합격했던 2018학년도 서류에 차이가 없음에도 점수가 40점 이상 차이 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서류가 오탈자까지도 똑같다. 동일한 서류로 4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주관적 개입 없이는 설명이 안 된다”면서 “명백한 특혜가 밝혀진 이상 인사청문회를 하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가 딸의 구술평가 만점 관련 해명을 잘못한 것과 관련해서도 “허위 발언을 본인도 인정했는데 인사청문회팀은 지금까지 이걸 바로잡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장관 인사청문회를 여러 번 했지만 이런 청문회는 진짜 처음”이라면서 “이렇게 의혹이 많은 후보도 처음이고 핵심 자료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기피한 것도 처음이다. 수사기관이 수사를 통해 밝힐 일이지, 더 이상 청문회를 진행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퇴장했다.

이어 다른 민주당 위원들도 함께 퇴장했다.

회의장에 남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측을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정 후보자 아들 병역) MRI 내용을 확인하고 나서 아무런 내용이 없으니, 그렇게 요란하게 했던 내용이 빈 수레로 끝나니” 민주당이 퇴장을 감행했다며 “굉장히 잘못됐고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종성 의원도 “정책 질의는 5%도 안 되게 하고 대부분 신상 털기와 자녀 의혹(제기)만 하다가 답변 자세가 어떻다고 하면서(나갔다)”면서 “몸싸움까지 해가며 MRI 파일을 갖고 간 것에 대해서는 왜 일언반구 이야기가 없느냐”고 비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