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으러 온 은행직원?”…사장님의 ‘촉’이 발동했다

입력 2022-05-04 00:02 수정 2022-05-04 00:02
이씨의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 A씨가 은행 직원을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단 조직원 B씨에게 거액의 현금을 건네는 CCTV 장면. 경기남부경찰청 페이스북 캡처

“주변 이웃들이 관심을 갖고 봐주면 막을 수 있다.”

경기 시흥시의 한 식당 주인이 기지를 발휘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거책을 붙잡은 사연이 알려졌다.

3일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시흥시 산현동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지난 3월 29일 식당 종업원 A씨(41)로부터 수상한 말을 전해 들었다. A씨가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을 갚아야 한다”며 은행 직원을 만나 상환할 돈을 건네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A씨를 설득해 당초 은행 직원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를 식당으로 바꾸도록 했다. 아니나 다를까 같은 날 오후 6시쯤 식당에 도착한 30대 여성 B씨는 은행 직원처럼 보이지 않았다. 편안한 옷차림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B씨가 은행 직원과는 거리가 먼 언행을 보이자 이씨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A씨와 B씨가 만나는 현장을 목격한 이씨가 당시 상황을 살피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페이스북 캡처

A씨가 B씨에게 현금다발을 건네는 모습을 식당 내부 CCTV로 지켜보던 이씨는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B씨가 가게를 나서자 이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후 B씨를 뒤따라 나갔다.

곧바로 B씨에게 명함을 요구하고 소속을 물으며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붙잡아뒀다. 결국 B씨는 도주에 실패하고 5분여 뒤 도착한 경찰에 검거됐다.

조사 결과 B씨는 보이스피싱 수거책이었다. 그는 온라인 취업 사이트를 통해 고액 일자리라고 소개받은 뒤 이 같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기지 덕에 A씨가 건넨 1500만원도 회수됐다. 시흥경찰서는 이날 이씨를 ‘피싱지킴이’로 선정하고 이씨에게 표창장과 포상금을 전달했다.

이씨는 “주변 이웃들이 관심을 갖고 조금만 봐준다면 전화금융사기 피해는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서는 이러한 상황이 담긴 영상을 전화금융사기 예방 홍보물로 제작해 유튜브 및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영상이 일부 포털사이트에서 재생되지 않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화금융사기 피해 예방에 도움을 준 시민을 피싱지킴이로 선정하고 포상을 수여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동참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적극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