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00명 이상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보건소 공무원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코로나19 격무 탓에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부(재판장 전경세)는 지난달 7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건소 공무원 김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12일 오후 11시18분쯤 서울 강남구 한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여성의 치마 속을 불법촬영했다. 범행 당시 ‘찰칵’ 소리가 나지 않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했다. 같은 방식으로 2020년 7월 25일부터 지난해까지 5월 29일까지 불법촬영을 지속했다. 그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피해 사진 및 영상은 총 123개로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재판부는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불특정 다수 여성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피고인의 죄질이 좋지 않다”며 “디지털 성범죄는 삭제가 어렵고 복제·재생산·유포 가능성이 크므로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관련 처벌 전력이 없는 점,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정황이 없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며 “젊은 나이에 보건소 공무원으로 신규채용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격무에 시달리다가 업무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고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