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처럼 ‘따상 행렬’ 이룰지에 주목
규제 강화·증시 하방압력은 불안요소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잠잠했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이달부터 ‘대어’들이 잇따라 출격하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 반 불안감 반이다.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이 이달부터 규제를 받고, 새 정부는 쪼개기 상장 등 물적 분할을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탓이다.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요인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SK쉴더스(9~10일), 원스토어(12~13일) 등 6개사가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이중 종합보안업체인 SK쉴더스는 공모가가 밴드 상단(3만8800원)에서 결정될 경우 공모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는 등 특급 대어로 분류된다.
모처럼 IPO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시장은 마냥 반기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2년간과 달리 IPO 관련 각종 규제가 이미 적용됐거나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회 규정 개선안에 따라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의 참여 요건이 이달 1일부터 강화됐다. 수요예측은 기관투자자가 대표주관회사에 매입희망수량과 가격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일임업 등록 후 2년 경과, 투자일임재산 규모 50억원 이상 기준 충족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기관투자자만 수요예측을 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는 또 고유 자산이 아닌 고객자산으로만 수요예측에 참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자본금이 수억원에 불과한 업체가 수조원의 주식 매입 수량을 써내 논란을 빚었던 ‘뻥튀기 청약’이 사라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IPO 기업이 적정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모 흥행 가능성이 작아져 개인투자자들이 바라는 ‘따상’ 등 고수익은 노리기 힘들어진다.
여기에 새 정부는 쪼개기상장을 엄격히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쪼개기상장은 모회사 핵심부서를 자회사로 떼어내 상장시키는 행위다.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등은 모회사를 ‘껍데기 기업’으로 만들어 주주가치를 하락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새 정부는 이날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도 ‘신사업을 별도 자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소액주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연내 상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SSG닷컴(신세계), 올리브영(CJ) 등은 뜻밖의 암초를 만난 상황이다. CJ ENM(CJ)은 이미 주주들의 거센 항의 등에 상장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노선을 틀었다. SK온(SK이노베이션)도 기업공개 시점을 2025년 이후로 미루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증시 변동성이 극심해졌고 글로벌 긴축 정책으로 신규상장 주식에게 절실한 유동성 장세가 힘을 잃은 것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지난 2년간 각국의 경제 부양 정책에 힘입어 단기간에 크게 성장한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 IPO 주식도 타격을 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IPO 주식에 투자해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IPO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결국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부진하기 때문”이라며 “상장 이후 미래 기대감이 초기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기업보다는 상장 후 실적 추이를 지켜보며 펀더멘탈이 탄탄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