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검수완박 거부권 건의했지만 통과…개탄스러워”

입력 2022-05-03 16:14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마지막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사전환담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에 참석해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법안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오 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은 취임 이후 6번째다. 다만 검수완박 법안은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오 시장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오늘 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 자리에 참석해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대통령님께 거부권을 행사해 주실 것을 강력히 건의했다”며 “그러나 국회에서 비상식적인 절차와 탈법적인 꼼수를 통해 올라온 법안은 국무회의에서조차 바로잡히지 않고 개탄스럽게도 결국 통과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는 함께 올린 거부권 행사 건의문을 통해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우선 “검수완박법 개정안은 범죄피해자 방치법이자 범죄자 보호법”이라며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못하게 되면 수사부터 기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범죄 피해자들만 긴 시간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별건 수사를 막겠다는 취지이겠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196조의 안대로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검찰 수사가 가능토록 하면, 공범이나 추가혐의를 발견해도 검찰의 수사 범위 축소로 인해 여죄, 공범, 범죄 수익 등을 밝혀내기 어렵게 된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경찰 수사에 대한 제3자의 이의신청을 배제한 규정을 거론하면서는 “사회적 약자 절망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아동, 청소년,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경우 본인의 소명이 어려워 제3자 고발을 통한 이의신청과 검찰의 보완수사가 필수적”이라며 “n번방 사건을 일반시민이 고발한 사례, 대기업의 비리를 직원이 내부 고발한 사례만 보더라도 사회적 약자가 얼마나 큰 피해를 보게 될지 ‘명약관화’하다”고 했다.


오 시장은 “검찰청법 개정안 제4조 1항처럼,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일시에 박탈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범죄에 눈을 감겠다는 것”이라며 “검수완박법 개정안은 유권무죄, 무권유죄 법”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그는 검수완박법 통과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도 지적했다. 오 시장은 “지난 5년간 검찰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 무엇을 하다가 정권이 이양되는 이 시기에 와서야 회기 쪼개기와 꼼수 탈당과 같은 탈법을 통해서, 시간에 쫓겨가며 법 개정안을 처리하는지, 많은 국민이 의심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대통령님께서 그동안 한결같이 강조해오시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상기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이 검수완박 강행 입법과 관련해 대통령님의 결단을 주시하고 있다”며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통해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소임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다만 오 시장의 건의에도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공포안은 심의·의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회에서 통과돼 정부에 공포 요청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 개혁 관련 법안에 대해 우리 정부 임기 안에 책임 있게 심의해 의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결로 해당 법안은 4개월 이후 시행된다. 시행 이후 검찰의 수사권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