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이 제자 성폭력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C교수에 대한 학교 측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사법부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징계를 유보한다는 취지의 학교 대응을 “F학점”이라고 일갈했다.
서울대 학생들로 구성된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대인 공동행동’(공동행동)은 3일 오후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C교수는 2015년 공연 뒤풀이 후 졸업생 제자인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태운 뒤 강제추행한 혐의로 지난 2020년 8월 불구속 기소됐다. 같은 달 서울대 교원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사법적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1년 9개월째 징계 의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C교수가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있는데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재판 일정이 지연돼 1심 선고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공동행동은 지난 3월 서울대 음대 C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 의결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아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총장실에 발송했으나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만을 들었다며 학교 측의 답변서 내용을 비판했다.
이날 발언자로 참석한 이나라씨는 “성비위 사건의 원칙적 징계 의결 기한은 30일로, 음대 C교수의 징계위는 무려 21개월이 미뤄졌다”며 “학교가 징계의결 기한이 훈시규정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핑계로 지연을 정당화했다”고 말했다.
권소원 공동행동 대표는 C교수의 정년 도달 이후의 징계 대책에 관한 내용은 답변서에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정년이 곧 도달하며 정년이 끝나 퇴직할 경우 학교 측이 어떤 징계를 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최다빈 집행위원장은 “서울대가 답변서에서 피해자의 진술권 보장을 위해 징계를 미루고 있다고 답했으나 권력형 성폭력, 인권침해에 대한 조금의 이해라도 있다면 뱉을 수 없는 낮 뜨거운 위선이고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C교수에 대한 징계의 부재와 이로 인해 지속되는 C교수의 영향력으로 사실상 음악계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해 교수에 대한 명확하고 신속한 징계가 사건 해결을 위한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학교 측 답변서를 크게 인쇄해 빨간펜으로 첨삭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수강이 가능한 F 학점을 매기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권 대표는 “학교 측이 답변서에 대한 첨삭 자료를 보고 나서라도 다시 한번 성의를 갖고 성의 있는 답변을 할 수 있길 바라는 차원에서 성적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